스크랩 / / 2023. 2. 28. 20:51

부동산때문에 결혼 안 하는 건 핑계라는 신림동 반지하부터 시작한 40대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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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쓰듯 저의 분노를 써보았습니다. 평어체 양해 부탁드립니다.

나는 두 아이들을 낳아 키우는 40대 가장이다. 아내는 가정 주부다.

나는 이혼가정의 아들이며,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면서 대학생때 집안 가구에 빨간딱지가 붙고 우리집 안에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와 마치 백화점을 구경하듯 보다가 사고, 바로 또 다시 아버지에게 이윤을 붙여 되팔았다. 그리고 러시앤캐시에서 집을 두드리며 추심하러 왔을때 나는 조용히 숨죽이며 집에 없는척 했다.

나는 지금의 아내와 연애를 할때 신림동 반지하에 살았다. 누군가에게는 기생충 영화에 나오는 반지하 집이 신기했을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그것이 삶이었다. 아내가 나의 반지하 집에 왔을때 화장실 문이 잘 닫히지 않아 애먹었을때는 속상하기는 했다.
처음 결혼을 마음 먹었을때 나는 전세집을 구할 돈이 없어 월세를 살기로 마음 먹었다.

아주 천운으로 저렴한 11평 짜리 엘레베이터 없는 4층 빌라에서 신혼을 시작할 수 있었고 우리는 행복했다. 돈은 벌면 된다고 생각했고 어떻게든 될거라고 생각했다. 아이를 가지기로 결심했을때도 가진것이 없는데도 돈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처음 아이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나는 목메어 울었다. 사실 나는 그때 아이를 못가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육아며 돈이며 걱정은 하지 않았다. 나의 어머니 아버지가 그리 했듯이 나도 해내면 그만이다 라고 생각했던것 같다.

월급 실수령 1000이하는 아이를 가지면 민폐라는 이야기를 블라인드에서 보았다. 나는 분노했다. 세상에는 월에 250만원을 정말 힘들게 버는 분들이 많다. 그분들은 공장에서 진통제를 먹어가며 일을 한다. 아이와 가족을 위해 고군분투를 하는 부모들을 모두 엿먹이는 말이었다.

인터넷에 만연한 결혼과 육아에 냉소적인 당신에게 말하고 싶다. 나는 당신이 불쌍하다. 나는 잘나지 않았지만 은방울 같은 아이 둘을 낳아 보석같이 빛나는 나날을 살고 있다. 감히 당신이 겪어보지 못한 아니 감히 두려워 시도하지 못한 부모의 길의 가치를 비하하지 말아달라도 말하고 싶다. 사회의 냉엄함과 돈의 무서움을 알고, 아이의 웃음에 행복을 느끼며, 아내와 서로 아끼고, 차고 넘치게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나는 부모의 도움 없이 시작하여 아파트 대출금도 모두 갚았다. 이제 열심히 더 저축하고 재테크를 하여 노후를 준비할 예정이다.

나는 그리 잘나지 않았다. 그저 열심히 살았다. 나는 이런 내가 스스로 자랑스럽다. 얄팍하고 알량한 잣대로 겪어보지 못한 길을 재단하지 말아 주었으면 한다. 수많은 훌륭한 부모들의 노력과 땀 그리고 행복을 폄하하지 말아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주변에 단 한명도 아이를 낳아 후회한 것을 보지 못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축복이자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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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글쓴분이 일생을 바쳐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 생각하고 존경합니다.
저 또한 30대 중반이고 어릴적 저 또한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아왔고 이제 반푼이 구실은 할려나 모르겠습니다.

어릴적에 4인가족이서 도망다니듯 이사만 수번 하고 압류딱지는 예삿일이 였습니다.
단칸방에 살면서 집에 화장실도 없어서 화장실은 밖에 있는 것을 사용했고 그때만 해도 우리집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라면 하나 끓여서 하루 끼니를 다떼우고 살았고, 고등학생때는 학교에서 돈이 없어 점심도 못먹고 자랐습니다.. 그런 환경에 행복이 있었겠습니까.
죽지 못해 사는 것일 뿐이죠..

저는 집이 없어서 결혼을 못하고, 애를 못낳는다 생각하는게 맞다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경험이 다 다르기 때문에 제 생각을 말하는 것일 뿐 다 그렇지 않다는 것 또한 알고있습니다.

저는 제 자식에게는 이런 경험을 물려주고 싶지 않습니다. 그게 제 알량한 생각일 뿐일지라도, 제 불안에서 기인하는 것일지라도, 다시는 저와같이 살아온, 그런 경험을 물려주고 싶지 않습니다. 전혀 행복하지 않았거든요..

요즘, 뉴스만 보더라도 가난으로 인해 애가 있음에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유기하거나, 등등 너무 많은 후회들이 있음을 아시겠지요.. 뉴스만 보아도 애를 낳고 후회로 가득한, 그런 뉴스들이 만연합니다..

부모의 도움은 커녕 부모를 도우면서 살아야 하는 현실에 내 윗가족, 나의 새로생긴 가족 중 모두를 끌고가지 못하고 하나를 선택을 해야만 한다는 현실이 암담할 뿐입니다. 저는.. 세대주로써 제 가정을 선택했습니다..

겨우겨우 독립해, 자리를 잡아 빚으로 전세를 얻고, 결혼만큼은 어떻게든 했고, 와이프가 애를 가지고 싶어 자식을 준비하고 있지만 과연 내가 애를 가질 자격이 있을까? 스스로에게 되묻곤 합니다.

저랑 제 와이프만이라도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준비가 되면 애를 낳으면 더 좋겠고요.. 그 준비가 저는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다 포기하고, 지방에 3억짜리 아파트를 목표로 살았는데 집값이 5~6억이 되더군요.. 집을 구한다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애를 낳게 되면 과연 집 살돈을 모을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합니다 애를 키우는데 금전적인 부분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이런 저런 생각들이 뒤섞여 글이 난잡합니다만.. 푸념한번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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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님 인녕하세요?

답글 감사드려요. 저는 그래도 화장실은 있는 곳에 살았었는데 로엔님 글을 보니 나름 힘들었다고 생각한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저도 로엔님과 마찬가지로 제 자신 그리고 세대주로써 부인과 아이들을 선택했고 그 결과 아버지는 아직도 임대 아파트에 살고 계십니다. 그래서 무거운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먼저 뉴스에 나오는 것은 뉴스에 나올 정도로 극단적인 경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로엔님도 지금은 많이 성장하시고 어엿한 가정을 이루셨잖아요.

아이는 안 낳아도 돼요. 여유가 생기시면 생각해보는 것도 방법이예요. 그런데.. 생각보다 돈도 적게 들고 생각보다 지원도 많고 생각보다 예쁘고 아름다워요.

로엔님과 아내분을 꼭 닮은 분신을 상상해 보세요. 로엔님과 아내분에게 좋은 일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Blind]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 보셨어요?
집이 없어 결혼을 못한다?  (부동산)
https://kr.teamblind.com/s/4Z5KoyvH

부동산: 집이 없어 결혼을 못한다?

일기쓰듯 저의 분노를 써보았습니다. 평어체 양해 부탁드립니다.나는 두 아이들을 낳아 키우는 40대 가장이다. 아내는 가정 주부다.나는 이혼가정의 아들이며,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면서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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