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기 / / 2010. 1. 13. 19:35

맨 프럼 어스 (The Man From Earth, 2007) - 기독교인들이 불편해할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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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한마디로 기독교인들이 보면 싫어할 만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 검색을 해보니 역시, 기독교 인들을 중심으로 '이 영화가 왜 이렇게 높은 평점을 얻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었다.

영화는 이사하려는 한 교수가, 배웅해주려 자신의 집에 모여든 동료교수들에게 자신에 대한 진실을 말하는데서 시작한다.

그는 말한다. 자신은 14,000년 동안 살아왔다고. 오늘 떠나려고 하는 것도 자신이 늙지 않는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물론 사람들은 믿지 못하고,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서, 그가 말하는 내용의 논리의 허점을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자신이 크레마뇽인이아라고 주장하는 '존 올드맨'은 사람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자신의 과거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한다.

석기시대의 이야기, 콜롬버스와 함께했던 이야기, 반 고흐와 함께했던 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존 올드맨'이 과거에 예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존 올드맨은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

자신이 기독교를 창시한 셈이지만 그는 이제 기독교인이 아니다.

여기서 감독의 의도가 잘 드러난다.

이 영화의 내용은 어차피 허구다.

14,000년씩이나 살아있을 수 있는 인간은 없다.

하지만 생각은 해볼 수 있다.

우리가 믿고 있는 종교를 만든 예수가 만약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지금의 기독교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까?

진짜 그가 했던 일들은 무엇이었을까?

이 영화는 이 두가지 물음에 대한 감독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한 것이다.

이 감독의 생각은 '시대정신'의 감독의 주장과 일치한다.

현재의 종교는 권력에 의해 다듬어져온 도구일 뿐이라는 것.

존 올드맨은 자신이 가르치려고 했던 것은 고작 100단어 안팍의 단순한 가르침이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신앙이란 개인적인 구도일 길일 뿐이지, 남을 설득하는 작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있는 동료교수들 중에는 신학교수인 여교수도 있다.

이 교수는 신성모독이라며, 존 올드맨의 이야기를 부정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14,000년 동안 살았다는 이 남자의 말을 믿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무조건 부정하기도 어렵다.

그의 말이 꽤 논리적이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걸 입증하기도, 부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은

신의 존재를 입증하기도, 부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사실 신의 존재는 논증의 대상이 아니라 믿음의 대상일뿐이지 않는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존 올드맨은 떠난다. 그의 이야기를 끝까지 믿어주던 한 여인과 함께.


끝에 노교수를 써서 반전을 의도한 부분이 있긴 했지만,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고,

나에겐 별로 중요해보이지 않았다.

감독은 그 반전이 올드맨의 이야기(결국 감독의 의견)에 신빙성을 더해주는 역할을 하길 바랬던 것일까?

아니, 생각해보니 이 반전은 성경에대한 고도의 풍자인것 같다.

성경이 신의 말씀이라는 것을 설득력있게 하기 위해, 70여명의 사람이 성경을 동시에 각자 번역했는데

모든 번역본이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았다는 이야기를 지어냈듯.

감독도 이 영화에 그런 장치를 넣은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이 영화를 비판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에 대해서도 허접하다고 비판할 것이다.

하지만, 감독도 이 영화가 말도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건, 이 영화가 기독교인들에게 말도 안되는 것으로 보이듯

성경도 똑같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그런 허접한 반전을 만들어놓은 감독이 새삼 대단해보인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감독의 의견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현재의 기독교는 초기의 순수했던 기독교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

기독교를 굳이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종교란 어디까지나 개인적 구도의 길일 뿐이다.

기독교는 로마의 국교로 채택되면서 종교로서의 역할 보단 도구로서의 역할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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