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 / 2023. 4. 8. 23:53

대한민국 의료는 왜 소아과부터 무너지고 있는가? -블라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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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보면 의료는 점점 보 험과(내외산소나 기타 흉부외과, 신경외과, 응급의학과같은 바이탈)부터 전방위적으로 무너질것이고, 이는 저출산-인구감소-저성장 사이클로 여태까지 대한민국을 움직여왔던 역동성이 역행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지만, 조금 이야기를 좁혀서 글을 써보겠습니다.

우선 대한민국 병원은 디폴트가 적자입니다. 적자를 보라고 나라에서 정해뒀어요. 필수 영역에 대한 진료면 보험 진료를 법적으로 해야하고, 보험 진료면 나라에서 정한 돈을 받는데 보험 진료 수가를 원가 이하로 책정했기 때문에 보험 수가만 받으면 적자가 나는게 당연합니다.

국립건강보험에서 직영하는 일산병원이라고 있는데, 여기 진료 수익 적자가 10년동안 1천억이 납니다. 많게는 1년에 200억이 넘게 적자가 나요. 건강보험, 즉 사실상 국가가 하라는 치료만 하고 주겠다는 돈만 받아서 최대한 fm대로 운영하는 병원인데 적자가 200억씩 납니다.
일산병원 의사가 200명이 안되고 의사 평균연봉이 세전 1.7억인데 모든 의사 월급을 반으로 깎아도 적자라는 소립니다. 의사 월급 깎아서 적자를 면하려면 의사 한 명당 연봉을 1.3억씩 깎으면 되니깐 딱 의사 월급 300만원 시대가 되면 흑자가 나겠네요 ㅎ...
(병원 의료 지출의 10%대 남짓이 의사 인건비입니다. 의사를 전원 무급 고용! 해도 의료비는 10% 준다는 뜻...)

한편 입원 환자를 보려면 인력이 엄청나게 필요합니다. 환자가 한 명만 입원했다고 쳐도 24시간 365일 의사가 있어야죠. 병동에 의사를 두 명 상주 시킨다 치면 365일 24시간 의사가 상주하려면 주 5일 40시간 기준으로 의사가 10명 필요합니다.

그런데 디폴트가 적자인 대한민국 의료 환경에서 병동 커버 하겠다고 의사를 10 명씩 쓸 수가 없습니다. 여기서 등장하는게 레지던트, 전공의입니다. 전공의는 법적으로 36시간(!) 연속 근무를 시킬 수 있고 근무시간도 88시간(이지만 휴게 시간 등등 꼼수 때문에 실 근무 시간은 100시간 이상)으로 제한되어있는데 임금은 최저 시급만 줘도 되거든요.

원래라면 의사 10명이 필요한데, 전공의를 쓰면 교수 하나에 전공의 세명으로 땡칠 수 있습니다. 임금은 의사 두명치 임금만 듭니다. 비용을 1/5로 절감한거죠. 전공의는 일은 3배로 하는데 월급은 1/3도 안받으니 효율이 10배입니다.

아무튼 그래서 여태까지 대학병원급 의료시설이 그래도 겉으로 보기에는 큰 탈 없이 굴러갈 수 있었던 이유는 최고의 효율을 자랑하는 전공의가 있어서였습니다. 전공의가 없다면 소아과 뿐만 아니라 사실상 모든 과와 응급실 입원이 멈춥니다.

그럼 왜 소아과만 문제냐? 당연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저출산입니다. 거기에 화룡점정을 찍어준게 이대 목동병원 사건이었구요. 소아과가 돈 못 버는건 하루이틀 일이 아닙니다. 출산율이 하향곡선을 그리면서부터 소아과는 돈이랑은 거리가 먼 과가 됐습니다. 비보험으로 수익 창출도 힘들지, 한 명당 품은 많이들지, 대부분이 감염병 환자라 독감시즌, 장염시즌 말고는 만날 파리날리지(보호자분들은 애가 아플때 주로 소아과에 가고, 내 애가 아프면 다른 애도 아픈 성수기이기 때문에 항상 바글바글한 모습만 보실 때가 많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환자를 봐도 다른 과처럼 환자가 쌓이지도 않고(중학생만 되어도 안오니깐) 자리잡은 지역이 노령화되면서 환자는 계속 줄지... 등등

그런데 10년대 들면서 일대 사건 둘이 터지죠. 출산율이 2017년에 1.05를 찍더니 기어이 1명 붕괴를 넘어 0.6명대로 진입을 하고, 대학병원에서는 애 살리겠다고 매일 생명을 갈아서 nicu 보던 의료진들이 줄줄이 구속이 됩니다.

이전까진 소아과 지망자들은 그냥 내가 좋아하는 애를 보면 된다. 돈은 의사치곤 못벌어도 먹고살만큼은 번다. 이런 분들이었어요. 그런데 이런 분들 마저도 결심이 흔들리게 되는거에요. 진짜 국가소멸을 걱정하는 단계에서 소아과 의사 수요도 끝없이 추락하고, 그냥 애를 보는게 좋았는데 감옥까지 가는구나...

이 이단 콤보를 맞고 소아과 지원율이 폭락했습니다. 내외산소 메이저과, 병원의 기둥이라는 과가 미달이 난것도 충격이었는데, 미달을 넘어서 충원율이 절반으로 떨어지더니 이제는 25%입니다. 전국 소아과 정원의 3/4이 공석인거죠.

그럼 이제 소아과 의사가 모자라지는거냐?? 그건 아닙니다.

오히려 대한민국은 소아과 의사가 매우매우 많은 나라입니다. 우리나라 소아과 의사가 8천명이 좀 안됩니다. 인구 5천만 국가에.

한편 독일이 인구 8300만에 소아과 의사가 1.4만명입니다. 독일은 1000명당 의사수가 4.4명에 달하는 나라입니다. 그런데 의사수가 우리나라 2배인 나라에 인구비례 소아과 의사 수는 비슷한겁니다.

소아과 의사가 모자라서 생기는 일이 아니니 의사 수를 지금의 10배로 늘려도 소용이 없습니다.

과거 출산율이 2명을 넘던 때에 소아과 의사가 100이 배출되었다 치면, 출산율 0.7명대인 지금은 30만 되어도 사실 충분해야 정상이고

이미 넘치도록 배출된 소아과 의사 수를 고려하면 지금 당장 배출을 멈춰도 향후 30년동안 소아진료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어야 정상입니다. 사실 지금도 로컬에서 피부미용하는데 전문의 김블라, 이렇게 걸어둔 선생님들 상당수가 소아과입니다. 요즘 요양병원 공고에는 소아과를 빼고 올라와서 소아과인걸 숨기고 그냥 일반의인척 지원합니다.

그럼 대체 왜 소아과 의사가 없다, 입원이 안된다, 응급실도 포화다 난리인거냐! 살짝 위로 올라가면 답이 있습니다. 전공의가 없는게 문제입니다.

소아인구가 줄었습니다. 당연히 소아과 의사 수도 줄어도 됩니다. 어차피 동네 병원에서는 가볍게 아픈 아이들만 보니깐요.

하지만 병원이 문제입니다. 애기가 줄었어도, 심하게 아픈 아이는 서울이건, 강원도 삼척이건, 전라도 완도건, 경북 청송이건 전국 어디나 있고, 그럼 이 아이를 받으려면 입원실을 돌려야하고 이 입원실을 돌릴려면 전문의 10명을 쓰거나, 아니면 모든 병원마다 전공의가 있어야합니다.

그런데 소아과가 가장 전공의가 부족합니다. 당연하죠. 출산율이 토막났는데 전공의 숫자도 토막나는건... 당연히 전공의가 비는 곳은 병원이 제대로 안돌아갑니다. 그러면 전공의가 있는 병원으로 환자가 몰리고, 그 병원은 적자가 더 심해지는데 의사 일은 늡니다. 병원은 고용을 늘릴 수는 없으니 그냥 의사들이 리타이어 합니다. 전공의가 먼저 빠지고 교수들이 전공의 대신 당직을 스다가 그만둡니다. 이런 악순환이 중소병원부터, 지방대학병원, 지방 대학병원에서 서울 대학병원, 서울 대학병원에서도 big5 목전까지 차오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전공의가 없다 해도... 그렇다고 아픈 애들을 안받을 수도 없.........나?

아, 아예 안받으면 되는구나!의 시대가 된겁니다. 지금 병동을 제대로 굴릴 인력이 없습니다. 그럼 당연히 의료의 질은 하락하고 애기 받았다가 경과가 좋지 않을 확률은 더 높아집니다. 그런데 애기가 잘못되면 감옥간답니다. 그럼? 안받는게 상책입니다. 아예 진료를 보지 않으면 책임도 없으니깐요.

물론 전공의가 부족한만큼 소아과 전문의를 더 고용해서 입원실을 굴리면 안되나? 하는 선택지는 병원 경 영진에게 없습니다. 지금 소아과 설치도 울며 겨자먹기로 한건데... 월급 300, 10배 효율 전공의를 굴려도 적자였는데 전문의를 고용할 턱이 있나요? 의사 월급 300도 아니고 150정도 되면 고려해볼만 하겠네요.

그래도 다른과는 전공의가 준다 부족하다 해도 좀 숨을 쉴 수 있는게 입원환자를 받으면 다른식으로 수익창출을 할 여지가 있고(비급여 치료, 처치, 각종 검사), 입원 병동을 케어해줄 전문의를 꼭 해당과로 안뽑아도 됩니다. 내과, 외과, 가정의학과 등등 뽑아서 모든 병동 다 케어할 수 있죠. 어차피 치료 플랜은 교수(과장)나 전공의가 잡고 병동 담당 의사는 당장의 환자 케어 위주로 하면 되니깐. 뭣보다 환자가 다 성인입니다. 그런데 소아는 다른 의사한테 소아좀 같이 보라고 하면 감옥 갈 일 있냐고 도망갑니다. 볼 줄 모르니깐요. 그렇다고 소아과 의사를 뽑자니 애는 가뜩이나 줄어서 수지가 안맞습니다.

말은 길었지만 줄이면 이겁니다. 이 나라의 의료제도는 설계부터 잘못되었습니다. 전문의 고용이 억제될 수 밖에 없는 저수가 정책때문에 병원은 전공의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고, 전공의 없으면 병원이 안돌아가니깐 실제 필요한 인원보다 전문의 배출이(=전공의 정원이) 과도하게 책정되어있었고, 과잉배출되는 전문의는 개원가로 내몰려왔는데 이제 인구성장과 이에 기댄 질적양적 팽창이 끝나자 인플레이션에 기대 유지되었던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는겁니다.

실제로 따지고보면 대한민국에 모자란 전문의 찾기가 힘들 지경입니다.
소아과? 말씀드렸죠. 독일보다 많다고.
신경외과? 대한민국은 세계 평균보다 신경외과 의사가 10배 많은 나라입니다. (세계 2위.)
흉부외과? 연간 배출 인원이 인구비례로 따지면 미달행진이라는 지금도 미국의 2배입니다.

그나마 다른 전문과들은 당분간 인구는 줄어도 고령화로 의료수요는 늘것이니 아직 거품 붕괴가 유예되고 있는 것이지만, 소아과가 시작이었을 뿐이지 이제부터입니다.

해결책은? 없습니다! 대한민국 의료 질은 2010년대가 정점이었고 이제 추락할 일만 남은 하향곡선입니다. 대한민국이 쓸 수 있는 돈은 점점 줄어드는데 의료수요는 점점 증가합니다. 의사 수를 늘리건 줄이건 의료 질의 하락은 막을 수 없습니다.

그나마 현실적이고 검증된 방법은 전문의 배출을 억제하고 1차의료 종사자를 일반의로 채우면서 무조건 진료의뢰가 필요하게 gate keeping을 강화하는건데 역시 국민이 체감하는 의료의 질은 처참해질겁니다. 지금처럼 예약없이 당일에 세부분과전문의를 만나던 시대에서 집 앞 보건소 의사 만나는데에도 1주일 걸리는 세상이 오는거니깐요.

싸고 질도 좋고 접근성도 좋은 의료는 세상에 없어요. 그나마 우리나라가 근접했었지만 이제 그 환상도 끝이 다가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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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수가 많이 못올린다는건 의사들도 알고 있음. 국가 재정도 엉망이고 건보도 문재인 케어 뒤로는 고갈 직전이고 국민정서도 전문직에 적대적이고.
의사들도 그걸 알고 있으니까 수가 올려달라고 징징대기 보다는 이제 그냥 한국 의료는 망했다고 하는거임
내가 봐도 그냥 망했고 돌이킬수 있는 구간도 이미 지나가 버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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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블라: 대한민국 의료는 왜 소아과부터 무너지고 있는가?

크게보면 의료는 점점 보 험과(내외산소나 기타 흉부외과, 신경외과, 응급의학과같은 바이탈)부터 전방위적으로 무너질것이고, 이는 저출산-인구감소-저성장 사이클로 여태까지 대한민국을 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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