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 / 2026. 5. 10. 11:41

지정학 관점에서 본 미국 중국 러시아

1991년 소련 해체 직후 서방세계는 축제를 즐겼다. 승리였고 평화가 왔기 때문이었다.

이제 무섭던 소련이 가난 끝에 무너졌으니 러시아를 잘 인도해 고르바체프와 옐친이 그토록 요청하던대로 유럽의 일부가 될 수 있게 돕고, 바로 극동 러시아 개발을 위해 서방 자본이 들어갈 차례였다. 어제까지 가장 무섭던 적을 우리편으로 만드는, 영원한 평화를 얻는 길이 열렸다.

근데 이상하게도 미국과 유럽은 그 작업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약해진 러시아의 자원을 다양한 부패인사와 '민영화'를 통해 나눠갖는데 열중했을 뿐이었다. 유럽의 일부로 끌어들이기는 커녕 오히려 30년 뒤 에너지 자원 개발을 통해 러시아가 유럽과 친해지자 이상하게도 우크라이나전이 터졌고 유럽과 러시아간의 천연가스 공급 사업이 끊기고 미국이 대신 공급자로 들어갔다. 다시 러시아는 "문제아"가 됐고 세계에서 고립됐다.

러시아가 쓰려져 있는 동안 야비하게 계속 발로차고 뜯어먹었고, 포용하기는 커녕 나토를 동쪽으로 확대하며 러시아의 목에 칼을 가까이 댔다.

그러는 동안 중국이 컸다. 중국이 너무 커서 미국의 1등 자리를 넘보고 있으니 중국도 무역전쟁을 통해 퇴출시켰다. 아직까지는 세계 최강국 미국의 뜻대로 세계가 돌아가는 듯 했다.

문제는 러시아도 중국도 미국 주도 경제에서 축출되면, 당연히 둘이 손을 잡게 된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어떻게 될지 122년 전에 예측한 분이 있다. 1904년에 [역사의 지리적 축]이라는 논문으로 유라시아 대륙의 심장부를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주장을 한 할포드 맥킨더다. '맨파워', '하트랜드'같은 개념과 용어를 만든 분이고 지정학(地政學, Geopolitics)을 창시한 분이다. 당시는 중국이 힘들던 시기였지만 언젠가 중국이 현대화하고 러시아와 손을 잡는다면 영국이나 미국같은 해양세력이 제압할 수 없는 거대한 대륙 세력이 태어나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철도망을 예측했다.

세상이 이상하게 마구 마구 확 확 돌아가는 것 같지만 사실 역사를 공부하고 지정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이치대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91년에 이런 사정을 아는 조지 케넌, 잭 매틀록, 제프리 삭스, 그레고리 야블린스키 같은 사람들은 제발 러시아를 포용하자고 그렇게 외쳤지만 무시 당했고,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를 패전국 취급하는 재미에 중국을 놓쳤다.

특히 미국은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제국이고 91년 이후 세계를 꽤 오래 혼자 운영할 기회를 얻었는데 어이없이 30년에 걸쳐 계속 악수만 두며 스스로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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