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 / 2026. 3. 8. 09:55

일본에서 재일교포에 대한 인식 변화

초중딩 시절 일본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 엄마가 말 거는 게 정말 싫었다. 한국말 하는 건 내 눈깔이 뒤집히는 일이었고, 일어로 말을 걸어도 어른이 되어 학습한 엄마의 발음은 외국인인 티가 났으니까.

그 시절 일본에서 한국인은 지금 우리가 보는 중국인 보다도 훨씬 아래의 느낌이었다. 다행히 우리 학교나 내 친구들은 전혀 그러지 않았지만 사회적인 시선은 잘 알고 있었고 게다가 또 사춘기였으니 더 예민했지.

그래도 우리는 아버지가 일본 명문대학교 박사과정에 있는 유학생 가정이라 보여지는 상황이 괜찮았던 것 같은데, 거기서 나고 자랐고 계속 일본에 있어야 하는 재일교포들은 정말 차별이 심했다. 귀화하는 사람도 매우 많았고 부모의 가치관 때문에 귀화하지 않더라도 자녀들은 밖에서 절대로 재일교포인 티를 내지 않았다.

초등학교 시절 같은 학교에 재일교포 여자애가 있었다.
나는 당연히 일본에서도 그냥 한국이름 -키무 쥰손- 이었는데,
(김장 모임이었나? 여튼) 한국인 모임에서 가족들끼리 만났을 때는 한국 이름을 쓰던 그 재일교포 아이가 학교에서는 일본 이름을 쓰는 걸 보고 한국 이름을 불렀다가 돌이킬 수 없는 난리가 난 적이 있다.

그만큼 어떤 재일교포들에게 한국인임을 들키는 일은 아주 그냥 큰일 나는 것이었다.

한 가지 특이한 건,
학교에서 나는 처음부터 한국인이었고 아무런 문제 없이 골목대장 노릇하며 잘 지냈는데 내 때문에 재일교포임을 들킨 그 아이는 이후에 좀 풍파가 있었다는 것.
(위에도 썼지만 학교에선 내가 휘젓고 다녔어서 긴장감이 없었다;;)
그래서 위에 유학생 가정과 재일교포 가정이 다른 취급을 받았던 것 같다는 얘기를 한 거고. 30여년 전이지만 지금도 너무 미안… ㅜ

그런데 요즘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단다. 정반대인 경우가 종종 있다고. 어린 친구들 사이에서 한국계열이거나 한국어를 할 줄 아는 게 힙하게 받아들여 진단다.

지금의 재일교포 자녀들 세대에 한국의 이미지는 예전과 다르고, 우리도 아는 요즘의 문화적 상황으로 인해 오히려 드러내는 분위기라고.
부모님 참관수업 날에 친구들한테 보란 듯이 잘 하지도 못하는 한국말로 엄마한테 말 거는 상황. 정말 라때는 상상도 못했던 천지개벽이다.

한국이름을 숨기고 다니다가 나때문에 걸렸던 우리학교 그 재일교포 여자아이도 지금쯤 부모일 텐데.
자기 아이가 학교에서 보란 듯 자랑하듯 한국말로 자신한테 말 걸면 분명 그 사건이 생각 날 것 같다.

친구들이 가득한 복도에서 자신의 한국이름을 불렸을 때, 못 듣고 가는 척 했는데 내가 뛰어와 해맑게 다시 한 번 불렀을 때, 내 앞에서 울어버렸던 그 때의 기억이. 모든 게 무너져내린 듯 그렇게 엉엉 울어버려 나는 얼어버리고 주변 친구들 이목은 집중되어버렸던 그 기억이…

너무너무 미안한 사건인데 요즘의 분위기로 인해, 자신의 자녀세대로 인해, 위안받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바뀐 상황에 내가 보탠 건 아무것도 없지만 그렇게라도 사죄하고 싶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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