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 / 2026. 1. 22. 08:36

당신이 기다리는 '완벽한 상대'는 2030년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칼럼]당신이 기다리는 '완벽한 상대'는 2030년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마케터로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경험했고, 프리미엄 결혼정보회사에서 네트워킹 파티를 기획·운영했다. 행사를 진행하며 다수의 미혼 남녀를 만났다. 5성급 호텔 연회장의 화려한 싱글 파티부터 소규모 프라이빗 모임까지.

여러 행사를 추적하면서 나는 하나의 명확한 결론에 도달했다. 대한민국의 결혼시장은 전형적인 시장 실패 상태다. 그리고 당신이 지금 기다리고 있는 그 사람은, 통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1. 파티장에서 목격한 27대 1의 전쟁

작년 가을 서울 모 특급호텔에서 진행한 프리미엄 싱글 파티. 남성 50명의 프로필은 이랬다. 평균 연령 36.2세, 평균 연봉 약 8,700만원, 4년제 대졸 이상 94%, 전문직·경영직 62%. 여성 50명은 평균 연령 31.8세, 평균 연봉 약 5,200만원, 4년제 대졸 이상 98%.

객관적으로 보면 양측 모두 상위권이다. 그런데 행사가 끝나고 매칭 희망 카드를 집계하면 항상 같은 패턴이 나타났다.

여성 50명 중 42명이 선택한 남성은 상위 8명. 연봉 1억 5천 이상, 대기업 임원급 혹은 고소득 전문직, 외모 준수. 이들은 평균 5.3명의 여성에게 선택받았다. 나머지 42명의 남성은 평균 0.9명에게 선택받았다. 이건 시장이 아니라 경매였다.

통계는 더 냉혹하다. 결혼정보회사 듀오 2024년 데이터를 보면 여성 회원 82%가 연소득 상위 20% 남성을 선호한다. 그런데 국세청 자료를 보면 연소득 1억 이상 30대 미혼남성은 전체의 3%다. 수요 대비 공급 비율은 27대 1이다. 당신이 원하는 그 남자는 스물일곱 명과 경쟁해야 잡을 수 있다. 그것도 운이 좋야지만.

2. SNS가 만든 2.5배 착시 효과

파티 참가자들과 상담하며 자주 들은 말이 있다. "제 친구는 남편이 연봉 2억인데요", "인스타 보면 다들 이 정도는 사는 것 같던데요".

이들에게 물었다. "한국 30대 남성 중 연봉 1억 넘는 사람이 몇 퍼센트일 것 같으세요?" 대부분 20~30%라고 답했다. 실제는 8%다. 미혼자로 한정하면 3%다.

통계청 2024년 자료를 보면 서울 30대 남성 중위소득은 4,200만원이다. 반면 인스타그램 피드에 빈번히 노출되는 소득대는 1억에서 3억 사이다. 체감 평균과 실제 평균의 괴리는 2.5배다. 뇌는 자주 보는 것을 평균으로 착각한다. 그리고 그 착각 위에서 기준을 세운다.

3. 고소득 남성들은 이미 게임에서 내렸다

작년 초 상담했던 38세 스타트업 대표 K씨. 연매출 30억대 법인 운영, 개인 연소득 추정 2억 이상. 결혼정보회사 가입 3개월 만에 탈퇴했다.

"12명 만났습니다. 모두 첫 만남에서 집은 어디 있냐, 차는 뭐 타냐를 묻더군요. 저는 사람을 만나러 왔는데 면접을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차라리 자유롭게 연애하는 게 낫겠어요."

연소득 1억 이상 30대 남성 약 60명을 비공식 조사했다. 결혼하지 않는 이유는 이렇다. 재산분할 리스크 우려 65%,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 선호 61%, 아직 결혼 필요성 못 느낌 73%. 중요한 건 여자를 못 만나서가 아니라 결혼 제도의 매력이 낮아서였다는 점이다.

게임이론으로 보면 합리적이다. 결혼의 비용은 재산분할 리스크, 자유 제약, 육아 부담이다. 편익은 정서적 안정인데 연애로 대체 가능하고, 가사는 가사도우미로 해결되며, 사회적 체면은 2025년에 약화됐다. 고소득 남성 입장에서 비용이 편익보다 크다. 유니콘은 이미 시장을 떠났다. 아니, 처음부터 시장에 들어오지 않았다.

4. 중간층 남성들도 하나둘 이탈 중이다

32세 중견기업 사원 L씨. 연봉 5,500만원, 성실하고 온화한 성격. 결혼정보회사 가입 2년, 소개받은 여성 3명, 두 번째 만남 0건.

"담당 매니저가 솔직히 말하더군요. 요즘 시장에서 5천대 연봉은 경쟁력이 없다고. 그럼 저는 뭡니까? 제 또래 남자 중 절반은 저보다 못 버는데요."

통계청 자료상 30대 남성 중위소득이 4,200만원이니 L씨는 상위 40% 안에 든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선택받지 못한다.

연소득 4,000~6,000만원 30대 남성 80명을 조사했다. 내 조건으로는 선택받을 수 없음 69%, 경제적 준비 안 됨 74%,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 47%. 이들이 선택한 대안은 국제결혼 알아봄 23%, 비혼 확정 51%. 평범한 남성들도 시장을 떠나고 있다. 적당한 상대가 없다고 느끼는 동안, 그들은 이미 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

5. 2030년, 남성 3명 중 1명은 평생 결혼하지 않는다

통계청 전망을 보자. 2025년 생애미혼율은 16.6%다. 남성 20.7%, 여성 12.3%. 2035년에는 24.6%로 늘어난다. 남성 29.3%, 여성 19.5%. 10년 후면 남성 3명 중 1명이 평생 결혼하지 않는다.

이건 법이나 정책으로 막을 수 없는 구조적 흐름이다. 한국은 혼외출산 비중이 4.7%로 OECD 최저다. 결혼 감소는 곧 출산 감소다. 현재 추세가 지속되면 2030년 합계출산율은 0.5명대에 진입한다. 2040년 출생아 수는 연 10만명이 무너진다. 2050년 생산가능인구는 현재 대비 40% 감소한다.

2024년 1인 가구 비중은 35.5%다. 2052년에는 41%로 전망된다. 노인 1인 가구 폭증, 돌봄 위기, 가족 기반 사회안전망 붕괴. 청년층 고독사와 중년 고립 증가. 완벽한 상대를 기다리는 동안, 사회 전체가 바뀌고 있다.

6. 시장은 이미 반응하고 있다

결혼정보 산업은 전략을 바꾸고 있다. 기존에는 일반 회원을 대량 확보해 매칭하고 수수료를 받았다. 이제는 초고소득 남성 소수를 확보해 VIP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수수료를 받는다. 일부 업체는 남성 연소득 1억 5천 미만 가입 불가 정책을 시행한다. 중간층은 아예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제결혼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2024년 국제결혼 건수는 21,000건으로 전년 대비 5.3% 증가했다.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 비중은 68%다. 30대 남성 국제결혼 비중은 2020년 12%에서 2024년 19%로 늘었다. 내가 만난 30대 중반 남성 중 베트남이나 태국 현지 중매를 알아본 비율이 2022년 8%에서 2024년 23%로 증가했다.

솔로 이코노미는 본격화된다. 1인용 가전, 간편식 시장은 2024년 7조 원을 돌파했다. 펫케어 산업은 8조 원이다. 주거 시장도 재편된다. 대형 아파트 수요는 감소하고 소형 수요는 증가한다. 최근 3년간 84제곱미터 이상 청약 경쟁률은 하락세고, 40~50제곱미터 소형은 상승세다.

예식장 매출은 2019년 대비 2024년 32% 감소했다. 베이비용품 시장은 타격을 받는다. 국제결혼 중개 시장은 현재 연 3,000억 원 규모에서 2030년 1조 원 돌파가 예상된다.

7.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선택 1. 정보 왜곡부터 인지하라

SNS가 만든 평균은 평균이 아니다. 상위 1%는 전체의 1%일 뿐이다. 서울 30대 중위소득은 4,200만원이다. 당신이 생각한 평균과 실제 격차를 확인하라. 내가 만날 수 있는 소득 범위는 내 소득의 플러스마이너스 30% 정도다.

이 정도면 평균이라 생각한 금액이 실제 중위소득의 2배가 넘는다면, 기준을 재조정해야 한다.

선택 2. 시장 타이밍을 이해하라

파티 현장에서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5년만 일찍 왔으면 싶은 사람들이었다. 여성은 30세 전후가 선택지가 가장 넓다. 35세 이후 급격한 매칭 풀 축소가 일어난다. 현장 체감으로는 약 70% 감소한다.

남성은 30대 중반에서 후반이 전성기다. 40대를 넘어가면 재진입이 어렵다. 완벽한 준비를 기다리면 시장에서 밀려난다. 적절한 타이밍이 완벽한 준비보다 중요하다.

선택 3. 가치 기준을 재설정하라

현장에서 본 가장 행복한 커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소득 격차가 크지 않았다. 자신들만의 기준이 명확하고 SNS 활동이 적었다.

33세 공무원 남성과 31세 간호사의 합산소득은 약 8,500만원이다. 신혼집은 수도권 전세 2억 5천이다. 주변은 그것밖에 안 되냐고 말해도 당사자들은
충분히 만족한다고 답한다. 즉 만족도를 결정하는 것은 절대 소득이 아닌 기대와 현실의 괴리다.

선택 4. 중간 지대는 사라진다

가장 위험한 것이 조금만 더 기다리면이라는 생각이다. 상위 10% 남성은 시장에 없다. 이들은 결혼이 아니라 자유를 택했다. 중간 40% 남성도 하나둘 떠나고 있다. 국제결혼으로, 비혼으로. 기다리는 동안 선택지는 줄어들면 들었지 반대로 늘어나지 않는다.

선택 5. 2027년이 마지노선이다

2024년 혼인건수가 28년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했다는 통계가 있다. 14.8% 증가. 이게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기대를 조정한 사람들이 하나둘 시장에 복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흐름은 길지 않다. 2027년쯤이면 1차 조정이 끝난다. 그때까지 움직이지 않으면 2030년대에는 선택지가 거의 없다. 시장은 법이나 정책보다 빠르듯 결혼시장도 사회 구조가 바뀌기 전에 먼저 무너진다.

결론. 시장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시장은 냉정하지만 정직하다. 수요와 공급이 만나지 못하면 거래는 일어나지 않는다. 비현실적 기대는 기회비용으로 돌아온다.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SNS 속 환영을 쫓을 것인가, 눈앞의 현실을 붙잡을 것인가. 기회는 길어야 3년이다. 2027년까지. 감정은 잠시 접어두고 계산기를 들어라. 시간은 한번 흘러가면 돌아오지 않는다.

필자 소개: 마케팅 전략가.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프리미엄 결혼정보 서비스 기획 경험을 바탕으로 소비시장과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분석한 칼럼을 쓰고있다. 현재 부동산 개발 및 사업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며 데이터 기반 시장 통찰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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