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에서 좋은 학교 나와 좋은 직장 다니던 후배가 문뜩 “전쟁이라도 났으면 좋겠네”라고 했다. “그거 말고 서울에 집을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지나가는 말일거다. 그런데 세상이 한번 망했으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보수진영은 이를 걱정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보수의 기반이 이 사람들이다. 선거를 믿지 못하고, 법원에 들어가 불을 지르고, 헌재를 없애버리겠다고 한다.
무엇인가를 파괴하고 싶은 ‘불의’의 분노가 이어진다. 여당 의원이 ‘선관위로 쳐들어가자’ 라고 하고, 그들을 대표한다는 목사님은 “오늘부터 내전이다”라는 무서운 말을 토해낸다. 이런 보수가 세상에 어딨는가.
100년 전쯤 독일에서 나찌(NSDAP)가 등장했다. 처음에는 막대한 ‘전쟁배상금’을 반대했다. 이 주장은 점점 ‘우리가 전쟁에서 지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이 주장은 몇 년 뒤 ‘다시 전쟁을 하면 이길 수 있다’로 바뀌었다. 결국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면 잘못을 되돌아볼 기회가 없다.
이럴 때는 공동의 적이 등장한다. 그들은 ‘우리 민족을 사멸시킬’ 위험한 존재다. 그 두려움으로 유대인 600만 명을 죽였다. 갑자기 보수 진영 플랫폼에 중공군과 CCP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응보의 칼자루를 쥐고 거리에서 마구 적대감을 드러낸다. 유튜브에는 당시 선관위 기숙사에서 붙잡혔다는 중국인들의 영상이 올라오고, 미국 정보요원이였다는 청년은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하고 중국대사관에 뛰어든다. 요즘 보수 코뮤니티에서는 ‘중국인들이 떠나면 첨단 일자리 20만 개가 쏟아진다’는 주제가 최고 화두다.
1920년대 독일 경제는 참담했다. 하이퍼인플레로 마르크화는 휴지가 됐다. 29년 대공황까지 찾아오자 독일 사회는 ‘초인’을 찾았다. 게르만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잠들지 않은 애국심을 갖은 지도자. 그렇게 등장한 ‘선동 기술자’에 대중들은 열광했다. 과도내각이 흔들리자 힌덴부르크 대통령은 극단주의자 히틀러를 결국 총리에 앉혔다. 그의 지지율 30%가 필요했다.
집권을 위해 위험한 세력과 손을 잡는 정치. 우리 보수는 지금 누구와 손을 잡았는가. 히틀러의 나찌당은 첫 총선(1923년)에서 2.6%를 득표했다. 그 목사님이 이끄는 정당의 지난 총선 정당지지율(2024년)은 2.26%였다. 여당 주요인사들이 연일 그 목사님의 집회 무대에 오른다. 우리 사회를 지키는 소중한 가치를 흔드는 말들이 쏟아진다.
히틀러는 집권하자 마자 입법권을 무력화했다. 법을 뛰어넘는 ‘특별조치’와 ‘비상대권’을 좋아했다. 정당을 해산시키고 노조는 불법이 됐다. 언론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 지방자치제, 우편 통신의 비밀 보장이 폐지됐다. 그렇게 인류 최고의 헌법을 만들었던, 100년 전 이미 만 20세 이상 여성의 선거권까지 보장했던 바이마르 공화국은 무너졌다.
전체주의는 민주주의가 망해서 오는 게 아니다. 허구가 사실을 이길 때 폭력이 숙의를 가릴 때 그래서 성찰이 설 공간이 없는 곳에서 집권자는 법을 뛰어넘어 그들만의 질서를 만든다. 그 에너지는 어디에서 왔을까. 거리에는 자꾸 ‘이 사회가 망했으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거짓’을 믿고, ‘보이지 않는 적’을 만들고 ‘파괴’적인 사람들과 손을 잡는다. 사회가 불안해진다. 보수는 무엇을 걱정해야 하는가.
오늘 거리로 나와 무서운 단어를 외치는 그들이 원하는 것은 번영인가 파괴인가. 그들이 바라는 것은 혹시 이런 게 아닐까. '이놈의 세상 확 한번 무너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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