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 / 2025. 3. 8. 00:34

한국 조선업의 생산성 비결

[한국 조선업의 생산성 비결]

생산성이란 동일한 사람과 설비로 얼마나 많은 생산을 해내느냐는 지표다. 1000명의 직원이 10만평 규모의 조선소에서 1년에 20척을 배를 만드는 조선소도 있고, 4척의 배를 만드는 조선소도 있다. 비슷한 배라면 전자는 후자보다 생산성이 5배 높은 것이다.

한국 조선업이 중국에 치여 LNG운반선과 극초대형 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를 빼면 나머지 종류의 선박들에서는 수익을 내기 어렵지만, 생산성이 낮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유사한 규모의 조선소에서 한국 조선소들은 중국 대비 3배 이상의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 중국이 기를 쓰고 한국 조선소들을 따라잡겠다고 애를 쓴지도 15년이 넘었으나 생산성 격차 자체는 여전히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한국 조선소들의 생산성이 처음부터 이렇게 높았던 것은 아니다. 80년대에는 엉망이었다. 80년대 초반 석유 시추선을 대량 수주한 조선소에서는 공정이 밀려 결국 수많은 작업자들을 투입했고, 서로 엉덩이와 어깨가 부딪힐 정도였다는 증언이 남아있다. 한화오션의 옥포 조선소의 경우 조선 경기가 좋을 때마다 대략 3만명 정도의 인원이 일을 했다. 호경기는 대략 10년 주기로 찾아 왔는데, 10년이 지날때마다 선박 건조 척수는 대폭 증가했다.

80년대 옥포 조선소는 연간 20척의 배도 못 만들었으며, 그나마 가장 간단하고 쉬운 벌크선이었다. 90년대는 연간 40척으로 늘었고 탱커선과 컨테이너선도 잘 건조했다. 2000년대에는 연간 60척 이상으로 건조 척수는 늘었고 LNG선, 탱커선, 컨테이너선, 잠수함, 해양플랜트 등 다양한 선종을 소화했다. 80년대부터 20년이 경과하여 생산성은 3배 이상 올랐고, 2000년대 중반 생산성은 정점을 찍은 후 현재도 유지하고 있다. 비결이 뭘까?

다양한 분석이 존재한다. 80년대 중반 한국 조선소들은 일본에 가서 도요타 생산 방식을 열심히 배웠다. 재고를 최소화하고 대기 시간을 줄이고 물 흐르듯 생산을 하며 유연하게 작업장을 조정하는 여러 기법들을 익히고, 품질은 높이고 원가는 줄이는 Kaizen (개선) 활동을 지속적으로 했다. 5S 운동으로 작업장의 정리 정돈에 집착했고 진도표를 만들어 누가 잘하는지 공공연히 경쟁시켰다. 관료적 절차를 생략하고 고칠 것은 바로 고치기 위해 그룹 회장은 직접 자전거를 타고 공장을 돌아다녔다. 직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소위 농땡이를 피는 사람들은 버티지 못할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 모든 노력들은 업무 외 시간에도 이어졌다. 8시부터 보통 저녁 7시까지 현장 작업을 하면서 출근은 7시전에 하고, 체조와 그 날의 작업에 대한 브리핑을 한 후 8시 종 치자마자 용접기는 돌아갔다. 회사와 집은 멀지 않았고 다들 같은 통근버스로 이동했고, 근무복을 입은채로 같이 저녁을 먹었다.

한마디로 강한 군대 문화와 비슷한 공동체적 유대감 속에서 1년 365일 일에 몰두했기에 급속한 생산성 개선이 일어날 수 있었다. 말이 쉽지 신입사원들에게는 정말 힘든 문화였다. 공정 목표 (선표)는 목숨 걸고 지켜야 하는 절대 명령이었기에 하부 계획들도 무조건 지켜야 했다. 정해진 시간내 도면과 자재가 준비되지 않으면 현장 반장들은 스패너를 들고 사무실로 쳐들어와 쌍욕을 퍼부으며 공정이 늦어지면 책임지라며 행패를 부렸다. 검사를 까다롭게 하는 선주 감독관을 회유하기 위해 반장님이 안되는 영어로 술도 사고, 도장공 아주머니가 손수 김밥도 싸와서 간곡하게 부탁하기도 했었다.

이런 절박함, 눈물, 고통, 다툼이 녹아 생산 시스템이 되고, TACT 타임을 정하고, 물류를 흘리고, 검사 일정을 지켜내었다. 그래서 이제는 왜 한국 조선업의 생산성이 그토록 높은지 서류와 숫자로는 잘 설명하기 어렵다. 이걸 해외에 이식하기는 더 어렵다. 9시 정각에 출근해서 5시 정각에 퇴근하려는 용접공들이, 도면과 자재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느긋하게 기다리는 그런 회사에 "목숨 걸고 일정 사수"를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까?

이제는 그 시기를 헤처나온 사람들도 하나둘 은퇴하고 있다. 한국 조선업을 위해서는 우리가 압력솥같은 환경에서 치열하게 만들어 놓은 생산성 향상 메커니즘을 이제는 어떻게든 잘 분석해서, 다음 세대와 다른 나라에도 이식할 수 있을지 연구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 조선업 100년을 위한 Next Stage가 좀더 쉽게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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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조선업계는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 채용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2024년 12월 기준, 주요 조선소들의 외국인 노동자 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2023년 말 약 3,500명에서 2024년 12월에는 4,500명으로 증가 citeturn0search8
-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해외 인력이 3,500명에서 4,600명으로 증가 citeturn0search8
-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1,000명 이상의 외국인 노동자 채용 citeturn0search8

이러한 증가로 인해 조선소 내 외국인 노동자 비율은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특히, 2024년 신규 채용된 생산인력의 86%가 외국인 노동자로 채워졌습니다. citeturn0search9

정부는 조선업계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 비율 한도를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citeturn0search7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력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외국인 노동자 비율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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