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연속된 현실을 분절하여 파악한다. 이는 세계 이해의 기반이지만, 쇼펜하우어와 니체는 바로 이 개체화(분절) 과정 자체가 욕망과 투쟁, 근원적 고통을 낳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나’와 ‘세계’를 나누는 인식 틀 자체가 고통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분절을 더 강화하는 게 주술의 논리다. 주술은 성과 속, 깨끗함과 오염됨 같은 계(界)를 설정하고 관리하는 방법론이다. 세계의 분절은 인정하되, 그 분절 상태에서 질서를 부여하고, 통제력을 확보하려는 안간힘이 주술의 형태로 나타난다. 어찌보면 과학은 목적론적으로 봤을 때, 종교보단 주술을 더 닮았다.
고등 종교, 특히나 그중에서도 불교는 이런 주술적 시도를 거꾸로 뒤집는다. 분별적 인식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집착(갈애)이야말로 고(苦)의 근원이다. 모든 것이 상호 의존하며(연기), 고정된 실체나 자아는 없다(무아)는 통찰을 통해, 분절된 세계라는 환상 자체를 해체하는 방법론이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질서를 만드는 게 아니라, 질서 자체가 집착이란 파괴적 전복이다.
불교적 수련의 궁극적 목표인 열반은 이러한 분별적 사고의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태다. 인간인 이상 실제로 거기에 닿을 수는 없겠으나, 명상을 통해 도달하는 망아(忘我)의 경지에선 과거도, 미래도, 현재도 없다. 끝없는 현실 통제의 시도인 주술과 달리 분절면을 지움으로써 고통을 잊는 것이다. 정신승리라면 정신승리라 할 수도 있지만, 깨달음조차 잊는단 게 그런 의미리라.
오늘 저녁 식사 전까진 육도(六道)의 하나로 천상계가 있다는 걸 잘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 왜 천상계에서 해탈이 더 어려운 지도 궁금해만 했었는데, 궁극적으로 주술이 도달하고자 하는 곳이 천상계라고 생각하면 외려 이해가 간다. 인간도보다 더욱 집착을 내려놓기가 어려운 곳일 수밖에 없는 거지. 신선이 되는 것은 재앙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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