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26년차 교사가 실감하는 요즘 아이들 - 이라는 주제의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되었다.
몇 가지 핵심 메세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기술과 학습을 익히는 기능과 지능은 확실히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 두 번째, 그 반면 사람과의 교감능력이 확실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당연히, 3-40년 전만 해도 한글을 다 떼고 학교를 가는 애가 소수였지만 지금은 그 반대로 한글을 모르고 들어가는 애들이 적다. 지식적인 걸 가르치면 빠르게 흡수한다. 미디어와 읽고 쓸 것이 넘쳐나기 때문일게다.
교감능력 문제는 그 원인으로 코로나뿐 아니라 사회가 점점 양극화되면서 어른들도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날 기회가 줄어드는데 아이들도 다양한 사람을 만날 기회가 줄어드는 것을 의심했다. 일단 가족 자체가 소규모이고 가족과 다른 공동체와의 실제 교류도 점점 줄어들고 있으니, 쉽게 말해 ‘눈치’가 없다는 것. 내가 이런 행동을 하면 사람들이 불편해하는지, 다른 이에게 폐를 끼치는지 등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지금 어린이 청소년뿐 아니라 청년세대까지 해당된다.
세 번째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요즘 어린이들은 1학년에 학교를 들어가 화장실 다녀오는 것, 보건실 다녀오는 것을 함께 훈련하는데 보통 1개월 내에 다들 교실을 잘 찾아왔었다고. 최근엔 한 달이 넘어도 혼자 화장실이나 보건실을 잘 찾아가지 못하는 어린이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공간지각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서민층이상의 계층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이 많고, 아이가 생기면 자동차로 라이딩 하는 게 당연해졌다. 어린이집부터 셔틀타고 다니고 끝나면 양육자가 차로 데려오고 차로 데려다주고 태권도 셔틀타는 일이 반복되다보니 아이들이 낯선 길을 헤매보거나 새로운 길을 가볼 일 자체가 줄어든다. 모험이 없어진 세상에서 아이들이 공간지각능력을 키울 기회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운동화 끈 못 묶는 것, 바지 지퍼 못 올리는 거, 연한 색연필로 색칠 못하는 건 20년전부터다. 이건 디지털 인류로 근육발달의 필요와 정도가 달라졌기 때문인데 공간지각력은 생각치 못한 부분이었다.
서너살부터 동네 골목에서 뛰어다니며 놀고 예닐곱살 되면 산으로 들고 뭘 잡으러 다닙네, 따먹으러 다닙네 했던 지금의 중년이상들은 어린이들이 화장실을 못 찾아간다니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지금도 길눈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스마트폰 없던 시절에도 주소만 있으면 잘 찾아다녔다. 그게 어려서부터 밖에 돌아다니며 새로운 길을 찾는 걸 무척 재밌어 했기 때문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지나친 보호는 아이들의 발달을 저해한다 - 고 지금의 어이들의 상황을 양육자들의 탓으로 돌려버릴 수도 있겠지만, 왜 그렇게 보호해야 했는지까지 생각해봐야 한다.
80년대 후반부터 골목에 차가 늘어났고 불법주차된 차로 인한 교통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심지어 학교 정문 앞에서도 교통사고로 아이들이 죽었다. 학교 안에서 범죄가 일어나고, 학교나 학원 가는 길의 납치와 성폭행이 연달아 일어났다. 마을에서 서로를 모르고 지내는 사이 아이를 지켜줄 공동체의 눈은 사라져버렸다. ‘어느 집의 누구가 낯선 아저씨와 지나간다’는 걸 인지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마을은 안전해지는데 그 안전망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사회가 발달하며 고효율을 지향하고 경제규모가 커지면 불안정하고 위험한 사람들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런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서 가장 안전한 자기 차량으로 아이들을 실어나르게 되었다. 또 다른 하나는, 잽싸게 애를 밀어넣고 일하러 가야 하는 경우도 있을거다. 탄력근무를 비롯해서 어떻게든 아이를 직접 데려다주고 일터로 가야 하는 양육자들도 있을거다.
그런데 3월 들어서서 사무실 앞 어린이집에 갑자기 유모차가 줄 지어 서기 시작했다. 없던 일이다. 한 번 언급한 적 있는데 우리 사무실 앞 어린이집은 모두 다 외제차로 아이들을 실어나르던 곳이다. 올해 개학하며 갑자기 다들 유모차로 아이들을 데려오고 데려가고 있다. 어린이집 원장의 강권이 있었거나.. 오은영이 티비에서 뭐라 했는가, 궁금해진다.
한국사회는 정말 미친듯이 빠르게 바뀐다. 이 혼란을 개인이 받아내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가끔 이동하는데 축지법을 쓰지 않고 자연스러운 시간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될 것이다. 어린이집의 변화가 긍정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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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1학년 미술 시간에 화장실 가서 똥도닦아줬어요. ㅠㅜ
아주똑똑한 아이었는데. 똥닦는거 못 배워서 화장실 못가고 있다고. ㅠㅜ. 무서운 담임샘에게는 말못하고 저한테 말하더라구요.
거 큰아인데. 비대 없다고 쉬는시간에 집에 가는 아이를 봤어요 ㅠㅜ
https://youtu.be/zRAuIHIqpWA?si=yX-1putjhYrVLChr
친정엄마가 평생 초교 교사셨었는데, 제 아이가 초교 입학할 때 제가 넘 걱정하니 딱 한가지 충고를 준게.
"아이 친구 엄마들과 친하지 마라" 모든 문제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고요. 아이를 비교해서 공연히 아이를 닥달하게 된다고.
지나고보니 울 엄마의 딱 한가지 팁이 정말 중요한 진리였어요.
저도 제 손주가 입학할 때 제 딸에게 이 팁을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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