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 / 2026. 7. 14. 17:47

스웨덴이 낳은 천재 과학자인 스베덴보리

스웨덴이 낳은 천재 과학자인 스베덴보리(1688~1772)는 54세때 갑자기 신비체험을 한다. 그날 이후 삶이 과학자에서 영성가로 바뀐 그는 다른 지역에서 화재가 난 것을 보고 그대로 경찰에 설명하고 자신을 찾아오는 유명 인사들의 고민을 알아맞추고 죽은 가족의 메세지를 전달한다.

그는 천국과 지옥을 경험했다고 하는데 그 경험을 담아 <천국과 지옥>, <신적 사랑과 지혜>를 집필한다. 근데 이게 무슨 허접한 사이비 종교 수준의 책이 아니라 최고 수준의 지성인이 쓴 논리와 체계, 심오한 철학을 담고 있어 이후 칸트, 괴테, 셸링, 쇼펜하우어, 발자크, 랠프 월도 에머슨, 헨리 데이비드 소로, 보르헤스, 칼 융뿐 아니라 수많은 사상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헬렌 켈러는 평생 스베덴보리의 큰 영향을 받아 장애를 극복했고 기독교의 유명한 전도자 썬다 싱도 그의 저서를 읽고 깊은 영향을 받았다. 바다 건너 일본의 선불교 사상가들에게도 큰 관심의 대상이 된다. 나도 읽어봤는데 충분히 그럴만 하다. 당시는 유럽에 동양 사상이나 불교가 본격적으로 전파되기 전임에도 그는 ‘대극의 원리’를 자신의 사상에 녹여내고 있었다.

암튼 스베덴보리는 서양 지성사에서 가장 특이하고 독보적인 사상가임은 분명하다. 보르헤스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비범한 인물”이라 평했다. 그는 평생 부와 명성을 멀리하고 독신으로 소박하게 살았다. 죽는날도 미리 알고 며칠 전 스스로 곡기를 끊고 마치 긴 여행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가는 행복한 표정으로 임종을 맞는다.

그는 기독교 세계관을 바탕으로 이야기 하지만 그에 따르면 신은 인간을 심판하지 않는다. 인간이 인간을 스스로 심판한다. 이 지점이 매우 독특하다. 인간은 죽어서 신의 빛을 경험하고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삶의 방향을 따라 여러 갈래 길 가운데 가장 매력적으로 느끼는 길로 가게 된다. 그곳에 가면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모이게 된다.

즉 선인은 선인들과 모이고 악인은 악인들과 모인다. 그렇게 선인들이 모이는 곳이 천국, 악인들이 모이는 곳이 지옥이다. 선인들이 모이는 곳은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삶을 살고 악인들이 모이는 곳은 서로 사기치고 괴롭히는 삶을 산다. 즉 살아서 하던 일을 죽어서도 하는 것이다.

서로 비슷한 영혼끼리 모인다는 이 내세관은 그래서 상당히 디테일한 구조로 나뉜다. 천국도 삼층천으로 나뉘고 수많은 공동체로 구분된다. 이는 위대한 단테 알리기에리의 걸작 <신곡>과도 닮았다. 악인은 천국에 가도 천국인 줄 모르고 오히려 못 견뎌한다. 결국 자신에게 맞는 지옥으로 떨어진다.

악인은 스스로 지옥으로 걸어간다는 이 사상은 스스로 가장 끌리는 몸으로 환생한다는 <티벳 사자의 서>의 내용과도 유사하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의 선불교 학자들에게도 연구 대상이 된것 같다. 나도 그의 사상을 선불교 학자 ‘다이타로 스즈키’의 책에서 처음 접했다.

암튼 믿거나 말거나지만 난 그의 내세관이 너무 맘에 든다. 그의 철학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삶은 인과응보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자신을 심판한다. 천국으로 가던 지옥으로 가던지 말이다. 그렇게 오늘도 스스로의 삶으로 죽음 이후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 The Ascent of the Blessed, 히에로니무스 보스,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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