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 / 2026. 5. 26. 16:45

순자산 10억에 대한 단상

순자산 10억에 대한 단상
대주회계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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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어제 조회수7,735 댓글75북마크 메뉴 더보기
순자산 10억이 얼마나 어려운 숫자인지 현실적으로 써본다.

요즘 인터넷 보면 40대에 순자산 10억, 11억 있는 사람도 별거 아닌 것처럼 말하는 경우가 있다.
심하면 “그 정도면 서울에서는 평범하다”, “집 한 채 있으면 다 그 정도 아니냐”는 식으로 말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일단 일반적인 수도권 직장인 기준으로 생각해보자.

남자는 군대 다녀오고 대학 졸업하면 보통 26/27살이다.
여기에 취업 준비, 자격증, 어학, 시험 준비, 이직 준비까지 거치면 사회생활을 안정적으로 시작하는 나이가 28/30살이 되는 경우도 많다.

첫 직장 연봉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보통 중소기업이나 평범한 사무직 기준으로는 3천만 원대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괜찮은 회사에 들어가도 4천/5천만 원대 초반인 경우가 많다.
세금, 4대보험 떼고 나면 월 실수령은 대략 250만/350만 원 선이다.

여기서 월세나 교통비, 식비, 통신비, 보험료, 경조사비, 부모님 용돈, 옷값, 병원비 같은 기본 지출이 나간다.
혼자 살아도 돈이 생각보다 안 모인다.
정말 아껴도 한 달에 100만~150만 원 모으면 잘 모으는 편이다.

월 100만 원이면 1년에 1,200만 원이다.
5년을 열심히 모아도 6천만 원이다.
30살부터 35살까지 술 덜 마시고, 여행 덜 가고, 차 안 사고, 큰 사고 없이 버텨야 겨우 이 정도다.

문제는 여기서 결혼, 주거, 출산이 시작된다.

결혼할 때 본인 5천만/8천만 원, 배우자도 비슷하게 모아왔다고 치자.
양가 부모님이 각각 5천만/1억씩 도와주면 굉장히 감사한 상황이다.
그렇게 해도 부부가 출발할 때 손에 쥐는 돈은 대략 2억~3억 선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수도권에서 신혼집을 구하려면 이 돈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전세를 가도 대출이 필요하고, 매매를 하려면 더 큰 대출이 필요하다.
집값이 조금 낮은 지역으로 가도 교통, 직장 거리, 아이 계획, 양가 거리까지 따지면 선택지가 확 줄어든다.

전세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그때부터는 저축 게임이 아니라 현금흐름 게임이 된다.
이자, 원금, 관리비, 보험료, 자동차 유지비, 생활비가 매달 고정적으로 나간다.

맞벌이 부부가 월 700만/800만 원을 벌어도 실제로 남는 돈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집 대출, 생활비, 차, 부모님 관련 지출, 경조사비, 휴가비까지 빼면 월 150만/250만 원 모으는 것도 쉽지 않다.

아이를 낳으면 난이도는 더 올라간다.

분유, 기저귀, 병원비, 어린이집, 유치원, 학원비, 돌봄 비용이 들어간다.
아이가 아프면 한쪽이 연차를 써야 하고, 맞벌이가 흔들릴 수도 있다.
부모님이 도와주시면 정말 큰 복이고, 그렇지 않으면 돈과 시간이 동시에 빠져나간다.

여기서 부모님 건강 문제, 본인 건강 문제, 이직, 실직, 사업 실패, 전세 사기, 투자 손실 같은 이벤트가 한 번이라도 오면 계획은 바로 무너진다.
인생은 엑셀처럼 깔끔하게 굴러가지 않는다.

그래서 순자산 5억을 들고 있는 가정도 절대 우습게 보면 안 된다.
그 정도면 대출 갚으면서, 아이 키우면서, 가족 챙기면서, 큰 사고 없이 버텨온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순자산 10억은 더 어렵다.

물론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다.
맞벌이 소득이 높거나, 일찍 부동산을 샀거나, 좋은 지역의 집값 상승을 탔거나, 부모님 지원이 컸거나, 투자 수익이 좋았거나, 사업이 잘됐거나, 전문직·대기업·고소득 직군이면 가능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거다.

순자산 10억을 만든 사람 중 상당수는 단순히 월급 아껴서 만든 게 아니다.
대부분은 주거 자산, 부동산 상승, 레버리지, 부모 지원, 좋은 소득, 운, 타이밍이 함께 작용한 결과다.

반대로 평범한 월급쟁이가 월급만 아껴서 순자산 10억을 만드는 건 정말 어렵다.
그 사람이 게으르거나 재테크를 못해서가 아니다.
구조적으로 어렵다.

인터넷에서는 다들 현금 10억, 압구정, 반포, 미국주식 수익률, 비트코인 수익률 이야기만 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대출 이자 내면서 아이 키우고, 부모님 병원비 걱정하고, 회사에서 버티고, 한 달에 100만 원이라도 모으려고 애쓰는 사람이 훨씬 많다.

투자도 말처럼 쉽지 않다.
상승장에서는 누구나 똑똑해 보인다.
하지만 하락장 한 번 오면 멘탈이 갈리고, 레버리지 잘못 쓰면 몇 년 모은 돈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주식이든 코인이든 부동산이든 결과만 보면 쉬워 보이지만, 그 과정은 절대 쉽지 않다.

그러니 순자산 10억이 없다고 해서 실패한 인생이 아니다.
순자산 5억만 있어도 충분히 잘 버틴 것이다.
대출이 있어도 집을 지키고 있고, 아이 키우고 있고, 가족 부양하고 있고, 회사 다니며 무너지지 않고 있으면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다.

SNS에서 보는 세상은 현실의 평균이 아니다.
대부분은 잘된 결과만 올리고, 실패한 과정은 숨긴다.
남의 하이라이트와 내 일상을 비교하면 끝이 없다.

순자산 10억은 분명 훌륭한 숫자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각자의 자리에서 무너지지 않고, 가족 지키고, 건강 지키고, 꾸준히 자산을 쌓아가는 것이다.

돈 있는 사람도 대단하고, 없는 와중에 버티는 사람도 대단하다.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다.

뜬구름 잡는 말에 휘둘리지 말자.
현실은 생각보다 빡세고, 그래서 버티는 사람들은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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