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이라고 불리는 4월 1일. 우리는 이날을 서로 속이고 장난치는 날로 알고 있지요. 하지만 이 풍습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아시나요? 사실 그 뿌리를 따라가면 생각보다 훨씬 오래된 이야기, 그리고 꽤 가슴 먹먹한 사연을 만나게 됩니다.
1564년, 프랑스 왕 샤를 9세는 칙령을 내려 새해 첫날을 4월 1일에서 1월 1일로 바꾸었습니다. 달력 하나 바꾼 것이 뭐 대수냐 싶지만, 당시 파리에서 마차로 닷새는 걸리는 시골 마을에는 그 소식이 닿는 데만도 수 개월이 걸렸고, 어떤 마을에는 끝내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도 했습니다.
브르타뉴 지방의 한 작은 마을에 에티엔느라는 노인이 살았습니다. 일찍 아내를 여의고 혼자 딸 셀린느를 키워온 사람이었지요. 셀린느는 이웃 마을의 청년 루카와 오래도록 정을 나눠온 사이였는데, 루카가 왕의 군대에 징집된 것은 결혼을 약속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서였습니다.
전쟁터로 떠나는 루카를 마을 어귀까지 배웅하던 셀린느는 그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를 지켰다고 합니다. 루카도 마지막 언덕을 넘기 전 뒤를 돌아보았고,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전쟁은 길었습니다. 에티엔느는 인편을 통해 조금씩 소식을 들었는데, 루카가 속한 부대가 전투에서 크게 패했다는 말이 돌기 시작한 것은 이듬해 겨울 무렵이었습니다. 살아 돌아온 병사 하나가 루카의 이름을 대며 자신의 눈앞에서 쓰러지는 것을 보았다고 했습니다.
에티엔느는 그 소식을 셀린느에게 차마 전하지 못했습니다.
셀린느는 그해 봄부터 몸이 안 좋았습니다. 밥을 잘 먹지 않았고, 날이 따뜻해져도 방 밖을 나오지 않았습니다. 의원은 몸의 병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기다림과 불안이 몸을 갉아먹는 것이라고 했지요.
4월이 왔습니다. 예전 달력으로는 새해 첫날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에티엔느는 아직 그 날짜가 의미 있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새해를 축하하며 서로의 안녕을 빌던 날이었지요.
딸의 방 앞에 서서 에티엔느는 오래 망설였습니다.
그리고 문을 열었습니다.
눈을 뜨고 있었지만 무언가를 보고 있지 않던 셀린느가 아버지를 돌아보았습니다. 에티엔느는 자리에 앉아 딸의 손을 잡고 말했습니다.
루카가 살아있다고. 부상을 입었지만 살아서 후방 마을에서 쉬고 있다고. 곧 돌아올 것이라고.
전부 거짓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셀린느가 그날부터 조금씩 밥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일주일이 지나자 방 밖으로 나왔고, 한 달이 지나자 마을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오기 시작했습니다. 루카가 돌아오면 해주고 싶은 요리를 연습하겠다며 이웃집 아주머니에게 레시피를 물어보러 다니기도 했습니다.
에티엔느는 그 모습을 보면서 매일 밤 홀로 울었습니다. 딸이 기운을 차릴수록, 자신이 한 거짓말의 무게가 더 무거워졌습니다. 루카가 돌아오지 않는 날이 가까워질수록 딸이 받을 충격도 그만큼 커질 테니까요.
그해 7월이었습니다. 마을 어귀에 낯선 남자가 나타났습니다. 절뚝이며 걷고 있었고, 한쪽 어깨에 걸쳐둔 짐이 허름했습니다. 마을 사람 하나가 그 얼굴을 알아봤습니다.
루카였습니다.
전투에서 쓰러진 것은 맞았지만, 죽지 않았습니다. 인근 수도원의 수도사들이 거두어 오랜 시간 돌봐준 끝에 겨우 살아났고, 전쟁이 잠잠해진 틈을 타 걸어서 돌아온 것이었습니다.
셀린느와 루카는 그해 가을에 결혼했습니다.
에티엔느는 잔치 자리에서 사위에게 조용히 털어놓았습니다. 4월 1일에 한 거짓말을. 살아있다고 했던 그 말이 사실은 딸을 살리기 위한 꾸며낸 이야기였다고.
루카는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그 거짓말 덕분에 셀린느가 다시 살아났다면, 그것이 정말 거짓말이었느냐고.
그 마을에서는 이후로 매년 4월 1일이 되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쁜 거짓말을 전하는 풍습이 생겼다고 합니다. 당신은 곧 나을 것이라고, 아들이 돌아온다고. 아직 오지 않은 일을 먼저 말로 데려오는 날이었지요.
그것이 프랑스 전역으로,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면서 이 풍습은 오해되기 시작했습니다. 거짓말을 하는 날이라는 것만 남고, 왜 거짓말을 했는지는 사라진 것입니다.
만우절은 원래 서로를 놀리는 날이 아니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살아있기를,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거짓말로 먼저 건네는 날이었습니다.
만우절 농담이 어색하게 느껴졌다면, 이번엔 이렇게 써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러고 보면 4월 1일에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거짓말은 따로 있는지도 모릅니다. 당신 덕분에 잘 살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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