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 / 2024. 6. 3. 06:42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무관심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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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은 회사처럼 학교에 돈을 벌어다 주기 위해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 곳이 아닙니다. 아마도 그것이 이윤을 추구하기 않는 모든 공공 집단을 규정짓는 특성일 것입니다. 다시 말해 교직은 결과에 상관없이 그냥 해야 되는 일을 하는 곳입니다.

그런 곳에서는 분명히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지만, 반드시 모두가 정해진만큼의 일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나 교직은 교사가 안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한없이 편해질 수 있고,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한없이 많은 일에 파묻히게 됩니다. 학생 입장에서는 사교육처럼 선생님을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학교에 다니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학생의 학교생활은 천차만별이 될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복불복 같은 면이 있습니다.

교사는 수업, 행정, 그리고 담임의 세 가지 업무를 맡습니다. 담임과 행정 업무 중 하나를 선택하는 학교도 있지만, 대개는 세 가지 일을 합니다. 이 중에서 담임을 맡지 않는 비담임이 교직에서 가장 편합니다. 그만큼 담임 업무가 차지하는 업무량은 절대적입니다. 지금이야 학생 수가 많이 줄어들었지만(그래도 올해 25명), 예전에는(2002년 이후라고 해도) 한 반에 40명까지도 있었습니다. 상담 한 번 시작하면 한 바퀴 도는 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많은 선생님들과 숱한 학생과 학부모님들을 봐왔습니다.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다들 변화해가고 있고, 저 역시도 그에 맞춰 변화해가고 있습니다.

제가 최근 견지하고 있는 교직관은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입니다. 말 그대로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태도입니다. 이런 생각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분들은 아마도 사명감을 가지고 헌신하는 교사상을 생각하고 있으신 분들일 겁니다. 지금은 선생님이 사명감을 가지고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는 때가 점점 더 아니라는 생각이 커져 가고 있습니다.

교사 중에는 학생과 학부모와 교육에 매우 무관심한 분들이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고등학교의 퇴직 교사 한 분의 급훈이 <아무것도 묻지 마라.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였습니다. 정말로 학생들에게 아무것도 전달하지 않아서, 수업 들어간 제가 전달사항을 알려줄 정도였습니다.

또 교사 중에는 학생과 학부모와 교육에 매우 열정적으로 다가가는 분들도 있습니다. 매우 존경스러운 분들입니다. 하지만 학생에게 너무 가깝게 다가가는 게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지는 않습니다. 특히 남고에 근무하는 여선생님의 경우가 그럴 수 있습니다. 몇 년 전에 그런 일이 생기고 심지어 소송에 휘말리는 것을 옆에서 보았기 때문에 그런 일의 끔찍함이 몸서리치집니다.

기간제 한 여선생님은 진심으로 학생을 대했고 몇 시간이고 고민을 들어주며 함께 해주었습니다. 그렇다고 그 고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공감을 통해 학생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러던 사제 관계가 여선생님께서 학부모를 아동학대로 경찰에 신고하면서부터, 교사와 학생과 학부모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이 악화되고 말았습니다.

학생은 여선생님과 상담하면서 어머니가 자신을 심적으로 학대한다고 말했고, 청소년으로 겪는 모든 고민을 선생님에게 털어놓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관계는 주위에서 보기에 사제관계를 넘어서기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이 보기에도 선생님에 대한 학생의 의존이 심해보였고, 그래서 학생은 마치 여자에게 끝없이 구애하는 남자처럼 보였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은 학생을 병원 정신과에게 데려가려고 했지만, 학생은 선생님과 함께 가지 않으면 가지 않겠다고 끝까지 버텼습니다. 학생은 철저하게 부모를 신뢰하지 않고 선생님을 전적으로 붙들고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교무실에서 선생님이 자기 이야기를 안 들어주고 함께 해주지 않으면 칼로 손목을 긋겠다고까지 협박을 해댔으니까요. 학생이 아니라 여자에 미친 남자 그 자체였습니다. 선생님은 학생을 자제시키기 위해 손도 붙잡고 함께 울기도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학부모도 교무실에 와서 선생님이 잘못했다고, 자기 아이를 망쳤다고 원망하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기까지 했습니다.

선생님이 정말 많은 것을 인내하며 한 학년을 마쳤고, 선생님은 다음 해는 그 학생과 가르치지 않고 마주치지 않았지만 매주 정신과를 다니며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날아든 비보. 학부모 측에서 선생님에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치료와 소송을 동시에 감당하던 선생님은 그 다음 해에 학교를 그만두었습니다.

그 모든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던 선생님은 치를 떨었습니다. 거의 스토커 수준이었습니다. 관심을 가지고 공감하고 고민을 들어준 대가는 너무나 참혹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와 교육에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면서, 교사로서 해야 할 일을 최선을 다해 하는 것, 그게 제 교사로서의 목표입니다.


https://x.com/TenMillionDMan/status/1797167313038586203?t=eXIOizTtQCaHBQQVuW7Grg&s=19

X의 NobodyDid님(@TenMillionDMan)

교직은 회사처럼 학교에 돈을 벌어다 주기 위해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 곳이 아닙니다. 아마도 그것이 이윤을 추구하기 않는 모든 공공 집단을 규정짓는 특성일 것입니다. 다시 말해 교직은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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