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 / 2024. 6. 7. 16:12

정치병 환자들이 아이돌 팬덤으로부터 배워야 할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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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팬덤에게 가장 감탄스러운 부분은 놀라울 정도로 전략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었음.

일단 이들은 자기 아이돌을 전파하고 영업을 해서 남들도 내 아이돌의 팬으로 만드는 것이 최우선 과제인 걸 알고 있다.

그렇게 세력을 불려야 자신의 아이돌이 점점 더 성장하고 투표도 많이 받고 지원도 많이 받고 오래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놀랍게도 이들은,


1) 자기 아이돌을 섣불리 올려치지 않는다.

내 아이돌보다 더 유명하고 세력이 큰 아이돌이 있다면, 그들의 팬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우리 아이돌 음악이 저 유명 아이돌보다 낫지 않냐?' 등의 말이 팬 게시판에 뜨면 자기네들 스스로 단속한다.

'우리는 우리 아이돌이라도 올려치기 인정하지 않는다. 혹시 분탕질을 치려고 온 타팬 아니냐? 유명 아이돌팬들께서 보시고 계시다면 저희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라며 겸손함을 유지한다.

큰 팬들의 미움을 받으면 조직적으로 방해 및 음해를 받을 수도 있고,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2) 인성 칭찬을 경계한다.

자기 아이돌이 인성으로 칭찬받는 일을 오히려 주의한다. 인품이니 인성이니 사람이 좋니 이런 식으로 주목받으면, 그 쪽 기대치가 높아지고, '어디 진짜로 그런가 보자'는 삐딱한 시선도 많아진다는 걸 안다. 그래서 약간의 태도 논란만으로 더 크게 무너질 것도 안다.

자기네 아이돌이 얼마나 피곤하게 주변의 눈을 신경쓰며 살아야 하는지를 알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상으로는 미담 장사를 하지 않도록 신경 쓴다.

언제 독이 될지 모르는 인간성보다는 춤과 노래, 퍼포먼스, 작곡, 기획, 허당미(?) 등, 진짜 실력이 있는 곳에 포커스가 맞춰지도록 한다.


3) 강성팬들을 걸러내고 거리를 둠으로써 아이돌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한다.

타팬 및 일반인들의 비호감을 사지 않도록 게시판을 자정한다.

그래서 흔히 락 좋아하는 남자들이 멋대로 '레드 제플린이 최고 아니냐' '핑크 플로이드가 최고 아니냐' '메탈리카 왜 들음? 판테라가 있는데' 하며 멋대로 허세부리며 남 취향 후려치는 것과는 달리, 타 아이돌을 얕보고 싶더라도 참는다.

남들 후려쳐가며, 비난과 비판을 반사하며 배타적으로 모여 있는 걸 '내부 결속'이라고 여기지도 않는다. 그래봐야 '극성 팬덤'이란 딱지가 붙으면 아이돌 판에서 고립되고, 일반인들에게 비호감을 사는 등, 자기네들 아티스트에게 피해만 된다는 걸 알고 있다.


4) 작전 세력에게 휘말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아이돌 팬덤에도 작전세력 및 순수 강성층이 있어서, 마구 설치며 타 아이돌을 얕보거나 자기 아이돌을 올려치며 비호감을 사고 다니는 타 강성층이 쳐들어오거나, 또는 인성/실력/공정성 논란 등을 뿌리는 작전 세력들이 활약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일일이 대응하면 조직 전체가 비호감이 되는 걸 너무 잘 안다.

그래서 이들은 인성 및 실력, 공정성 논란에 맞서 비아냥대거나 날카롭게 대응하지 않고 꾹꾹 눌러 참는다. '그 아이돌에 그 팬' 소리를 안 들으려고, 팬들의 태도에서 책 잡히면 아이돌에게 피해가 간다는 걸 알기 때문에 무사히 넘어갈 때까지 자제하며, 실검을 바꾸거나 다른 포인트로 관점을 바꾸려고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물론 사람이 많다보니 생각한 대로만 되진 않는다. 계속 뭘 모르는 뉴비도 등장한다. 통제를 벗어난 강성층과 네거티브 작전세력들 때문에 문제도 생기고, 그럴 때마다 여러 번 매스컴을 타고 두들겨 맞는다. 이들은 자신들을 깔보는 여론 속에서 사는 법을 배운다.

이런 곳에서 살아남은 아이돌판 고인물들이 얼마나 전략적으로 타팬 및 일반층들 (언젠가 우리 팬이 될 수도 있는)의 심리를 읽으며 움직이는지를 안다면, 참으로 놀랍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요약하면, 팬층은 아이돌을 위해서 큰 판을 보면서 움직이고, 아이돌은 팬들에게 성장하는 음악과 춤, 공연 등으로 보답한다.

팬들은 '내 아이돌이 해체되지 않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호감을 사서 영업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자신들의 정념이나 다툼이나 무심코 저지른 실수 때문에 아이돌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자신들의 태도를 신경쓰며 노력한다.

소위 '내부결속'이 강할수록 신경질적이고 배타적이 되는 한 줌의 팬과, 그럴수록 대중과 점점 더 멀어지며 고립되어가는 아티스트만이 남아 결국은 서로를 땔감으로 써서 반짝 타올랐다가 곧 하얀 재가 되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런 학습이 되어 있는 곳이 아이돌 판이다.

반면 정치판은 일단 남에게 비호감 살 때까지 자기 아이돌 올려치고, 서로가 후려치고 얕보는 네가티브 경쟁을 하고, 우리 아이돌 미담팔이 감성팔이만 하다가 성비위나 입시 비리로 무너지고, 타 아이돌 패고 다니고, 지적하는 사람들을 향해 '너는 뭐라도 돼?' 이래가며 마음껏 비아냥대서 비호감을 더 사는 악순환을 일으키면서 그걸 내부결속이라고 믿는데 밭이 제대로 갈아질 리가...


덧) 물론 아이돌과 정치인은 다름. 그걸 몰라서 쓴 글이겠습니까? '내가 원하는 정책을 내놓는 당과 정치인을 찍어서 나를 대리하게 한다.'는 심플한 명제가 안 통하는 현 상황에서, 아이돌과 정치인이 원론적으로 다르다고 말해봐야...

덧2) 예전에야 모르겠지만 요즘 아이돌 팬덤은 사고친 인물 칼손절하거나 적어도 남 앞에서 편 안 듬

덧3) 정치를 아이돌 팬덤처럼 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정치인 덕질하는 거 정말 싫어함) 적어도 밭을 갈려면 팬덤들이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사는지 검증된 방법론이라도 참고해보자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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