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 / 2023. 2. 21. 23:48

ChatGPT로 마이크로소프트 Bing이 구글을 대체하기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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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가 Bing 검색엔진에 GPT 3.5를 통합하면서 "구글은 끝났다"는 식의 주장이 많이 들립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저는 그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구글이 대항마(?)인 Bard를 발표 했을때의 정보 오류에 민감하게 반응해서 할인된 주가에 알파벳 주식을 '줍줍' 하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ChatGPT 스타일의 검색 경험이 Bing 검색엔진을 first choice로 만들거라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의 브라우저에서 디폴트 검색엔진은 'Google' 입니다.

왜 구글이냐 물어보신다면 전세계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 65%를 차지하는 'Chrome' 브라우저는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이 만들고 배포하기 때문이죠. 2위를 차지하는 애플의 Safari 브라우저 (점유율 18%)를 합치면 이 두개만으로도 벌써 전체의 83%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구글이 디폴트값으로 설정된 브라우저를 사용한다는 뜻이 됩니다. 물론 Safari 브라우저에서 구글이 기본 검색엔진으로 작동하기 위해서 연간 200억 달러에 달하는 돈을 애플에게 지불하긴 합니다만, 그정도를 고객획득비용으로 지불할만큼 마진율이 높은게 구글의 검색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죠.

기본적으로 ChatGPT 형식의 검색결과는 비용 효율적인 검색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그 inference cost (답변을 생성할 때 마다 소요되는 비용)를 부담하기로 결정한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원가 측면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게임입니다.

예를 들어, 구글에 '미국에서 여행 가볼만한 곳'을 검색하면 나나 너나 똑같은 검색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물론 AI를 이용해 검색결과를 '개인화'한지는 조금 되었습니다만) 미국의 부유한 suburb에 사는 사람이 (광고 객단가가 높은) 인도 어딘가의 농부 (광고 객단가가 낮은)가 만들어내는 검색 원가를 수십배 이상 커버 하고도 남는 매출을 가져다 주지만, 인도 어딘가의 농부가 검색 할 때 마다 답변을 생산해야 하는 ChatGPT 스타일의 검색결과는 기본적인 원가도 높을뿐더러 같은 답변을 재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scaling 측면에서도 불리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맨 처음에 새로워진 Bing을 미국 대상으로만 공개한것 또한 이런 원가 차원의 고민이 있었을겁니다.

문제는 이렇게 비용을 많이 발생시키는 ChatGPT 스타일의 검색결과가 검색엔진 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을 유의미하게 가져오는 레버로 작동할 것이냐는 점 입니다.

1차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럴만할 이유는 크게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글의 검색결과에 만족해하며, 우리는 수십년동안 구글 검색을 디폴트값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일상 생활에서 Bing으로 구글을 대체하는 switching cost를 부담할 확률이 적습니다. 구글이 Safari의 기본 검색엔진으로 구글을 지정할 수 있도록 일년에 200억 달러가 (25조원) 넘는 비용을 지불하는것은 그만큼 디폴트값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구글은 브라우저 시장도 독점하고 있고 핸드폰 OS (안드로이드) 시장도 독점하고 있죠. 브라우저나 OS로 직접적인 수익창출을 하고있진 않지만 구글 검색의 '해자'를 굉장히 깊고 넓게 파놓은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ChatGPT 스타일의 검색결과를 제공한다해서 기본 검색엔진을 Bing으로 완전히 '의식적으로' 갈아탈 사람들은 많지 않을것이라는 예상입니다.

2차적으로 만약에 그렇게 '의식적으로' 갈아타는 사람들이 보일 때 구글이 대응할 방법이 전혀 없냐는 것 입니다. 구글은 전세계에서 AI를 제일 잘하는 기업 중 하나이고, LLM (large language model)에서도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기존까지 원가 문제 때문에 대중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생성형 AI를 제공하지 않았던 것일 뿐입니다. 구글은 검색 원가를 관리하면서도 ChatGPT 스타일의 검색 결과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적인 방법을 분명히 찾아낼 수 있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제로섬 게임'으로 귀결됩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Bing으로 구글 검색의 점유율을 빼앗기 위해 낮아지는 검색 마진을 감당하면서도 채팅형 검색결과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ChatGPT 형식의 검색결과를 제공하면서 (추가적인 가치를 제공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킨 건 분명합니다만 비즈니스 케이스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것도 사실입니다. 채팅형 검색 결과에는 조금 더 개인화된 광고를 붙인다던지, 아니면 채팅형 검색에 대한 구독권을 출시하던지 하는 노력이 보였다면 '지속 가능한' 검색 시장에서의 경쟁자로 취급해주었을텐데, 아직까지는 원가 부담만 높아지고 구글에게 한정된 광고 매출에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예고하면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면서 더 많은 매출을 만들어내는, win-win 비즈니스 케이스에 대해서는 생각을 크게 안해본게 분명해보입니다.

그래서 구글이 그다지 걱정되지 않습니다. 얘네들은 검색으로만 먹고산지 수십년이 되어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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