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 / 2010. 5. 17. 22:14

신장섭 교수, 한국경제 패러다임을 바꿔라 - 경제상식을 뒤집는 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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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버는 "사회과학의 목표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특징적 유일성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일반원리를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특수성을 설명하는 것이 목표라는 말이다. 자연과학에서는 일반론이 목표이지만 사회과학에서는 일반론이 특수성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p.40

베버의 표현을 빌리자면 현실에서의 인과관계는 무한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유한하다. 유한한 인간의 마음으로 무한한 현실을 이해하려면 힘이 들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놓고 정책을 내 놓는 것은 더 어렵고 조심스럽게 해야하는 일이다. 일반론과 정답만 찾는 것은 신기루를 쫓는 것이거나, 무한한 현실을 유한한 마음 속에 가두어서 현실 문제를 편안하게 해결해 보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p.42



 이 책을 쓴 신장섭 교수는 현재 경제학의 주류로 인정받고 있는 신자유주의 학파가 아니다. 책속에서도 신장섭교수는 자신을 정통적 제도학파로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책의 내용을 보면, 그동안 뉴스나 책을 접하며 만들어온 경제 상식들을 다시 한번 뒤집어 생각해보게 된다. 위에 발췌해놓은 부분이 신자유주의 학파와 제도학파를 명확히 구분하는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은 경제 발전을 위해선 일반적인 한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경제 위기에 빠진 나라들에 IMF(즉, 신자유주의 신봉자들)가 가서는, 각 나라들이 처한 상황이 모두 다름에도 같은 방법을 적용하려한다. 금리를 올려 재정을 긴축시키고, 구조조정을 하도록 하고, 공기업들을 민영화하게 한다. 우리나라도 90년대말 IMF의 이런 권고를 받게 되었고, 그동안 경제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신장섭교수는 IMF사태 이후의 한국경제에 대해서 굉장히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IMF가 돈을 빌려주며, 우리나라에 권고했던 내용들이 우리나라 경제에 도움이 되기 보다는, 오히려 악영향을 끼쳤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의 주장을 듣다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사실 IMF처방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본 세력은 IMF사태 당시 우리나라의 알짜 자산들을 헐값에 사들였던 외국자본들이었다. IMF사태이후 우리들은 모든 책임을 재벌들에게 돌리며 그들의 활동을 제한하는 동안, 외국자본들만 배불리게 된 것이다. IMF의 처방엔 이때 이익을 얻어갔던 외국자본들의 영향력이 행사되었다고 충분히 추론해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소위 글로벌스탠다드 라던가, 경제 상식이라고 불리는 것에는 그를 통해 이익을 기대하는 이익집단들의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따라서 그런것들을 의심해보고, 그것들이 정말 우리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따져보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함을 알게 된다.

 신장섭 교수의 전 직업이 기자여서 그런지, 책은 참 이해하기 쉽게 쓰여졌다. 어려운 내용들을 이해하기 쉽게 쓴다는 것은 그만큼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장하준 교수의 주장과 상당부분 일치하고 있는 이 책의 내용을 그 누구보다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주무르는 사람들이 읽고, 체화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들이 더 이상 무지로 인하여, 또는 눈앞의 작은 자신만의 이익을 위하여 우리나라 전체 경제를 위기로 몰아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책에서 주장하고 있는 주옥같은 내용들은 이렇게 간단히 소개하는 수준으로 마치기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의 내용을 공유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크게 도움이 될거라 생각한다. 경제 정책은 국민의 여론에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그랬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간이 날때마다 한 주제씩 깊이 살펴보는 글들을 포스팅해 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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