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동아시아 반도체 제조업의 영혼의 투톱 (이라고 쓰면 대만에게 조금 미안한 표현이지만..), 한국과 대만은 이제 한 자리수도 모자라서 소수점 자리에서 첨단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나노를 넘어 과연 누가 먼저 옹스트롬 공정으로 반도체 양산에 돌입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그 소수점 자리의 첨단 경쟁이 사상 최저의 출생률을 두고 벌이는 경쟁이었을 줄이야. 최근 보도된 소식에 따르면 대만은 올해 아마 한국을 추월하여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생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대만이나 한국이나 (나아가 홍콩, 일본, 중국 모두) 지금의 출생률이 앞으로 더 떨어지지는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대로 가면 한 세대 후에는 자국에서의 반도체 팹 자체를 돌릴 수 있을 수준의 인력 확보가 불가능해진다. 물론 그 시점쯤 되면 사실상 팹의 99%는 자동화되어 있을 것이고, 팹에 상주해야 하는 기술인력들도 지금 규모만큼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팹의 상당수는 자국 뿐만아니라 해외로 많이 분산된 상황일테니, 설사 국가의 출생률이 재앙급으로 계속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그 국가의 반도체 회사들이 괴멸적으로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영역은 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권 나라들이 적어도 반세기 가까이 이어왔던 집중적인 근무 문화+극한의 트러블슈팅 등의 특징이 반영되어 겨우겨우 이어져 온 반도체 제조업의 동아시아 쏠림 현상은 어떤 형식으로든 완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동아시아가 현재 점유하는 첨단 반도체 제조 비중은 사실 지금이 바로 peak일 수도 있음을 내포한다.
몇 년 전, TSMC 출신 시니어 엔지니어와 술자리에서 주고 받았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는 수십 명의 엔지니어로 이루어진 팀을 이끄는 중견급 책임자를 역임했었는데, 불과 10년 전의 TSMC 근무 문화와 현재의 근무 문화는 이미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대만의 젊은 엔지니어들은 여전히 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인 TSMC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은 있지만, 과거의 자부심이 '국가를 대표하는 기술 기업의 핵심 인재'라는 것에 치중되어 있었다면, 현재의 자부심은 '대만에서 가장 연봉이 쏀 회사의 인재'라는 것이 치중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 TSMC가 연봉이 쎈 이유는 사실 기본급보다는, 고객사와의 프로젝트, 신기술 개발 프로젝트 위주로 책정되는 보상 성격의 성과급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TSMC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애플이나 엔비디아, AMD, 구글, 퀄컴 같은 글로벌 팹리스 대형 고객들의 위탁 물량을 꾸준히 거의 독점적으로 유치하면서 대부분의 프로젝트에서 연속적으로 기록적인 성과를 내고 있고, 이는 그러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엔지니어들의 연봉 상승으로 그대로 이어져 왔다.
흥미롭게도 그 시니어 엔지니어가 내게 토로한 고민은 이러한 방식으로 과연 TSMC가 얼마나 더 오래 버틸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30대 중반 이하의 젊은 엔지니어들은 이제 이른바 워라밸을 더 추구하며,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빡세게 일하고 나면 다음번 중요 프로젝트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를 꺼려한다는 것. 그리고 고연봉으로 집을 사거나 결혼하기 위한 혹은 집을 사기 위한 자금을 모으기 보다는, 고급 자동차를 몰고 다니면서 탕핑을 하고 선배나 윗사람들에게는 예의를 별로 신경 안 쓰고, 기회가 되면 언제든 미국으로 이직하려고 하는 것 같다는 점. 회사의 문화와 상명하복 방식에 불만이 팽배해 있고, 기술 유출도 더 빈번해지고 있다는 것. 생각보다 많은 젊은 대만 엔지니어들은 중국 회사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서도 별로 거리낌이 없고, 국가에 충성한다는 개념이 희박해지고 있다는 점 등을 털어 놓았다. 그 점이 그 시니어 엔지니어에게 실존적인 고민으로 다가왔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 '사실 한국 반도체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아요.' 라는 이야기가 목구멍까지 올라 왔었다.
사실 동아시아 제조 중심국가들, 특히 반도체 제조업에서 영광을 보았거나 현재 누리고 있는 나라들의 모델은 그 지속가능성에 유효기간이 정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현재 이들 나라들이 겪는 재앙적인 출생률과 더불어, 젊은 세대는 이제 그 선배 혹은 아버지 세대만큼 회사나 나아가 국가에 충성한다는 개념 자체를 잘 못 받아들인다. 개인은 조직보다 중요하고, 가정은 국가보다 중요한 것이 당연한 세대가 되어 가고 있다. 개인의 직업은 생계수단일 뿐이고, 삶에게 이제 가장 중요한 요소의 자리에서 밀려나고 있다. 사실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철학의 전이 과정으로서, 동아시아 국가들뿐만 아니라, 이미 선진국으로 진입했던 나라들에서 대부분 겪었던 현상이기도 하다. 동아시아 국가들을 쉽게 '유교권 문화'라고 그룹 짓곤 하지만, 사실 그 유교권 문화라는 것도 20세기를 관통해온 역사를 같이 쓴 세대들에게나 해당하는 것일뿐, 젊은 세대들에게는 불변의 삶의 스타일이 아닌 이제, 그저 고루한 역사의 일부, 선배들의 꼰대 문화의 기반처럼 인식되어가고 있을 뿐이다. 이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반도체 제조에 있어 나름 글로벌 수위권을 기록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가 사라지게 됨을 의미한다.
반도체 제조업도 어떤 분야인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한 가지 공통적인 특징을 들라면 생각보다 공정의 퀄리티와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첨단 이미지가 강한 반도체 제조업이니 관리도 첨단으로 척척 잘 될 것 같지만, 공정은 수시로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멈추고, 어제까지, 심지어 오늘 점심까지만해도 멀쩡했던 고가의 장비가 갑자기 예고 없이 멈춘다. 분명 일주일 전만해도 멀쩡한 프로퍼티가 나오던 웨이퍼가 갑자기 바로 다음 배치부터 defect이 미친듯이 치솟는다. 장비 회사 C/S가 다녀간 이후 분명 좋아졌어야 하는 공정이 오히려 에러가 자꾸 뜬다. 장마가 끝나고 나니까 수율이 10% 떨어진다. 선행 공정 개발팀에서 테스트해보라고 건네 준 수백억 개발비가 들어간 레시피를 써 보니 아예 만들어지지도 않지만 다시 원래 레시피로 돌아가기도 어렵다. 담당 임원은 괜히 주말 출근을 강요하며 화만 내고 다닌다. 핵심 엔지니어 몇 명 이직하고 나니 그들을 대체한 새로운 엔지니어들이 담당하는 공정은 계속 멈춘다. 그 엔지니어들은 갈리다갈리다 결국 지쳐서 퇴사와 이직을 반복한다. 이런 일은 정말 매일같이 현장에서 오늘도 벌어지고, 그래서 제조업, 특히 점점 기술적, 물리적 한계로 근접하고 있는 초미세공정을 담당하는 영역은 매일 같이 전쟁터나 마찬가지 상황이 펼쳐진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이러한 트러블 슈팅을 주로 사람을 갈아넣다시피 하는 식으로 숙련된 전문 엔지니어들을 3교대로, 24시간 365일 돌려가며 멘땅에 헤딩하며 겨우겨우 막아온 셈이다. 물론 그렇게 한 세대 정도를 지속하니 나름 노하우도 생겼고, 신규 경쟁사, 경쟁국가들에게는 쉽게 진입을 허가하지 않는 높은 기술적 장벽도 얻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러한 방식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속가능하지 않다. 문화도 바뀌고 세대고 바뀌고 가치관도 바뀌고 기술도 바뀌고 지정학이 바뀌기 때문이다. 즉, 그러한 기술 장벽 자체가 다른 경쟁사나 국가들에게 뿐만 아니라, 후속 세대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것.
이제 여기에 더해 젊은 세대들의 인구 볼륨 자체가 무너지고 있고 이들은 예전처럼 반도체 연관된 이공계 대학원에 굳이 진학하려 하지 않는다. 학부만 마치고 잔업 뛰고 빡센 프로젝트 뛰어도 박사급만큼 연봉을 받는데 뭐하러 몇 년씩 대학원에서 골머리 썩이며 고생할까 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특히 AI가 각광을 받은 이후, 대부분의 공대 대학원 진학생들은 자신의 분야는 제쳐두고 더 고연봉을 주는 AI쪽으로 어떻게든 연결하려 노력한다. AI를 제외하면, 이러한 현상은 이미 10-15년 전쯤에 일본에서, 그리고 이제는 한국과 대만에서 현상의 하나로 굳어지고 있고, 보나마나 다음 차례는 이제 중국이다.
중국은 앞서 일본, 한국, 대만에 비해 반도체 제조업에 뛰어든지가 비교적 최근이므로 아직 한 세대 정도는 이러한 빡센 근무 및 연구개발 문화가 지속될 것처럼 생각되지만, 사실 중국에서는 그러한 문화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이끌어 온 주체가 회사가 아닌 정부였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표면적으로는 중국의 반도체 대기업들이 극한의 근무환경과 성과압박 분위기 속에 글로벌 경쟁에 뛰어들어 기술 격차를 줄인다는 드라이브를 거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회사들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게끔 더더욱 압박하는 중국 정부가 있다. 중국에서도 여전히 반도체 대기업들은 중국 젊은 친구들, 특히 학부 마치고 취업이 점점 어려워지는 중국의 대학생들에게는 선망의 기업이지만 이들 기업든은 과거 동아시아 반도체 선배 국가들처럼 사실상 본인만 원하면 종신 고용을 보장하다시피 하는 것도 아니고, 선배 국가들처럼 민주주의 정부 하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것도 아니며, 회사 자본주의가 폭넓게 보장되는 환경에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중국의 주요 반도체 회사들은 기술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핵심 인재만 골라내는 정책으로 에이스급들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은 수시로 교체하고, 심지어 35세 이상은 언제든 명예퇴직을 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고용 안정성이 좋지 않다. 일을 한 댓가는 확실히 챙겨주지만, 회사에 뼈를 묻는다 정도의 문화가 형성되기는 어려운 셈이다 (사실 이때문에 한국에서 혹시나 중국 반도체 회사로 이직을 생각하는 젊은 엔지니어들이 있으면 고민을 다시해 보라고 경고하고 싶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도 세대 교체의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바야흐로 '중국제조 2025'가 올해 종료되면서, 이제 아마도 '중국표준 2035', '중화AX 2035' 뭐 이런 기치로 중국은 기존의 제조업을 넘어, 첨단 산업 전분야에 걸쳐 글로벌 전면에 당당히 나서고자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적어도 한 세대 정도는 더 이어져야 하는 빡센 근무문화, 살인적인 성과경쟁, 기술력 축적을 위해 미친듯이 집중시켜야 하는 자본의 지속 가능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요소들은 이제 슬슬 한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2001년 WTO 가입 이후, 지난 20여년 간 기록적으로 빠른 경제성장률을 토대로 국가 GDP가 증폭된 동시에, 1인당 GDP도 빠르게 증가하여 이제 중진국 수준으로 진입한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개개의 부가 늘어난 만큼 이제 개인, 특히 젊은 세대는 개인의 삶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고, 이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아시아 반도체 선배 국가들의 젊은 세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 중국 젊은이들도 어려운 일을 굳이 하려 하지 않고 연애, 결혼, 출산도 굳이 하려 하지 않으며 지극히 개인 중심의 삶을 추구한다. 더구나 SNS 이후의 젊은 세대의 삶은 실시간으로 상호간의 비교로 점철되기 때문에 개인의 삶을 갈아넣어 기술입국을 한다, 입신양명을 한다 같은 전근대적 유교적 문화는 쿨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고, 그러한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회사 라인을 타려고 혹은 공산당 간부의 백을 믿고 당 라인을 타서 출세나 하려는 사람처럼 비춰진다. 그런 거 관심 없는 보통의(?) 중국 젊은 엔지니어들 입장에서는 어차피 입사 후 10년도 못 다닐 것이 확실한 회사에서, 굳이 건강 해쳐가며 조금 더 많은 소득을 소중한 인생을 바꾸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하고 있다.
일본, 한국, 대만이 대략 한 세대 혹은 반 세기 전부터 시작하여 30-50년 정도가 지나면서 경험했던 가치관의 변화를 중국은 절반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압축하며 빠르게 겪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도 여전히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중국 내수 시장에서의 내재화 드라이브, 정부의 압박과 집중 지원, AI와 AX로의 전환에서 창출되는 신규 수요 등으로 인해 꾸준히 성장할 것이다. 그래서 아마 별일이 없으면 2030년 중반쯤 되면 중국은 반도체 소비 시장으로서도, 반도체 생산 점유율로서도, 반도체 선도 기술력 면에 있어서도 미국을 제치고 아마도 명실공히 글로벌 탑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애써 이룩한 글로벌 탑의 지위는 다른 선배 국가들처럼 결국 불안정성을 겪게 되고 유효기간을 받게 된다. 반도체 제조업은 점차 자동화될 것이고, 이는 그 수많은 중국 반도체 엔지니어들이 갈 곳을 다른 방향에서 찾아야 하는 의미가 되며, 이는 중국 공산당 정부가 생각하는 인력 공급 및 배치 계획과 어긋나는 지점을 만들기 시작할 것이다. 시장에 맡기면 이 밸런스는 알아서 조절되겠지만, 인력 공급까지도 일일이 당에서 터치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이는 철저히 딜레마의 문제가 된다. 왜냐하면 자동화를 지나치게 추구하면 양성한 인력의 취업이 어려워져 실업률, 특히 고급 인재들의 실업률이 높아지는 문제가 생기고, 그렇다고 또 너무 인력 위주의 기술을 추구하면 전반적인 혁신 역량이 저하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간 어느 지점에서인가 타협안을 찾으려 하겠지만, 문제는 기술 솔루션처럼 딱 어떤 지점에서 계산되는 최적의 밸런스가 반드시 그러한 타협점과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젊은 세대의 급격한 근무 문화 및 가치관 변화는 이러한 계산이니 최적화니 타협안이니 하는 것들의 항구성 자체를 부정하는 요인이 된다. 특히 중국도 한국 대만 만큼은 아니더라도 재앙적인 출생률 문제를 겪는 단계에 진입했고, 몇 년 안으로 아마 0.9, 0.8 수준의 출생률까지 겪게 될 것이다.
동아시아권, 그리고 반도체 제조업에서 아직까지 영향력이 있는 한, 일, 대, 그리고 중국의 재앙적인 출생률 문제, 근무 문화의 변동과 가치관의 근본적인 변화 현상, 반도체 제조업의 빠른 제조화와 AX화가 기본적으로 거의 정해진 예상가능한 변수라면, 미-중 사이의 패권 경쟁 격화로 인한 동아시아 지역의 지정학 문제는 예상이 쉽지 않은 변수가 된다. 이는 좁게는 한, 대, 일의 반도체 기반을 얼마나 미국으로 이전하면서 리스크 헷징할 것이냐에 대한 문제가 되지만, 더 넓게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반도체 밸류체인의 근본적 변화와 연결되는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미국 뿐만 아니라, 어쨌든 동아시아 지역의 인구, 경제 규모 확장은 점점 saturation 단계로 가고 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여러 변화가 생길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미국의 강력한 동맹인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대외정책 변동에 민감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고, 사실상 안보를 미국에 외주주다시피 하는 대만은 중국과의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 더더욱 미국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미국의 최대 경쟁자가 된 중국 입장에서도 자국의 미래에 대해 가장 큰 불확실 변수는 미국이고, 특히 미국이 지금처럼 예측 불가능한 대외정책, 조변석개하는 대중정책이나 무역 정책 기조로 나오는 것은 중국에게 정말 큰 변수가 될 것이다.
이전 글에서도 썼지만,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미국이 첨단 제조업과 AI, AX에서 중국에게 밀리는 것에 사실상 베팅하다시피 하고 있고, 중동의 국부펀드나 제 3세계 국가들도 지정학의 무게중심이동을 관찰하면서 중국쪽으로 자본이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 미국은 대외정책을 손보면서 반도체, AI, 에너지 등의 주요 산업을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고 싶어하지만, 그의 파트너가 되어주어야 할 한국, 일본, 대만의 상황은 점점 안 좋아질 것으로 관측되니 고민되기 시작한다. 특히 한국이나 일본의 제조업 포트폴리오는 중국과 거의 대부분 겹치고, 중국에서 보이는 규모의 경제나 집중적인 정부의 지원은 한국과 일본의 제조업 기반을 망가뜨릴 것으로 미국 측에서도 계산이 되기 시작한다. 중국 입장에서야 중국제조 2025가 성공한 것처럼 보이고, 미국이 허둥지둥하면서 자국에 대해 공포심을 갖는 것처럼 보이는 현 상황이 썩 마음에 든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결국 미국의 거세지는 대외정책은 철저히 다시 미국 우선주의로 회귀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므로, 중국이 다음 시장으로 타겟을 삼고 있는 글로벌 시장 자체가 불안정해지는 결말을 중국도 피할 수 없다. 글로벌 시장이 불안정해지는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현재의 조변석개하는 관세정책 등으로 인한 것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자유무역기조 자체가 퇴보하고 보호무역, 다자간 수출입 통제하는 것이 표면화된 기조, 그리고 이로 인한 글로벌 밸류체인 구조의 이원화 혹은 다원화로 인한 비용 증가와 불확실성 동반 증가, 그리고 기술 혁신 속도의 둔화 때문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이유는 모두에게 lose-lose 게임이 되지만,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해본 적이 별로 없는 중국 첨단산업, 특히 반도체에 대해서는 매우 불투명한 문제가 될 것이다. 한국이나 대만이 반도체에서 이토록 중요한 위치를 점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배경에는 이들 국가의 노력 뿐만 아니라, 자유무역주의에 기반을 둔 글로벌 밸류체인의 형성과 이를 통한 비용의 절감, 비교우위효과의 극대화, 그리고 기술혁신의 가속이라는 전역 변수가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중국에게 있어서는 내부적인 근무 문화, 세대 격차 문제 외에, 자유무역주의의 퇴보와 미국의 더 강력한 대중견제라는 환경이 생기는 셈이 되므로, 선배 동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환경은 더 터프해진다. 중국은 불확실해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결국 반도체 오버캐파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고, 이는 중국 반도체 제조업의 지속 가능성이 생각보다 누란지위에 조만간 올라갈 수 있음을 내포한다. 한국 역시 과거 메모리반도체 영역에서 이런 오버캐파시티 문제를 살짝 겪은바 있었지만, 운좋게도 인터넷, 모바일, AI 등, 그때그때 적절한 부스터를 달면서 또한 자유무역체제 하에서 기회를 꾸준히 얻으며 시장의 확대를 통해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중국은 그러한 기회를 누리기도 전에 불확실성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반도체 내수 시장 자체가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므로, 일종의 안전장치가 될 수는있을 것이고, 또한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 경제권 쪽으로 중국이 영향력을 넓히면서 미국 주도의 글로벌 밸류체인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중국이 맞게 될 대외환경 변화는 기술 혁신 둔화를 동반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 역시 중국에서 급격히 발전하는 기술들의 혁신에서 상당 부분 커버될 수 있을지 모르나, 중국에서 그간 반도체 영역에서 보여 준 혁신은 대부분 선두 기업과의 격차를 줄이는 과정에서 보인 혁신이라는 점, 즉, 정답이 알려진 문제를 조금 더 빨리 풀어낸 정도의 혁신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제는 참고할 정답지가 없어진 영역에 도달할 경우, 중국이라고 해도 결국 혁신의 둔화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것이고, 이는 동아시아 선배 국가들이 한 번도 겪어보지 못 했던 상황이라 참고할 사레도 없다는 것이 문제다.
반도체 생산은 누군가는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술과 노하우와 자본은 물론이며, 트러블 슈팅에 능한 에이스급 전문 인력들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하므로 다소 쇠락한다고는 해도 동아시아의 첨단 반도체 생산 비중은 궤멸되는 않을 것이다. 점유율이 70-80% 수준에서 50-60% 정도 되는 수준으로 줄어들 수는 있어도 여전히 과반은 동아시아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나마 그 50% 조금 넘는 점유율 마저도 재앙적 출생률로 인해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이고, 이로 인해 동아시아 국가들의 반도체 팹은 자의반타의반 글로벌화 될 것이다. 중국은 글로벌 시장에 미처 제대로 데뷔하기도 전에 출생률 저하의 폭탄을 맞았고, 젊은 인력들의 문화 전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 한데다가, 미국과의 경쟁은 더욱 거세지고 그 경쟁에 국가 자원을 상당수 쏟아야 하는 상황이 되어 많은 이들이 예상하는 것만큼 강력한 지배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마 한 세대 후쯤 되면 인도 어디에선가 한-인도 합작 법인이 폰노이만 방식을 탈피한 첨단 메모리를, 아프리카 어디에선가 대만 현지 법인이 옹스트롬 공정 파운드리를, 러시아에서 중국 합작 법인이 AI 전용 반도체를 만든다고 해도 전혀 놀랍지 않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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