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 / 2023. 2. 2. 00:20

유튜브때문에 위기에 빠진 개신교 목사, 스타트업보다 힘들어진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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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위기: 유튜브가 임하신 곳에서 생긴 일

요즘 유튜브 탓에 가장 힘든 직종 중 하나가 목사님이다. 교회를 순전히 세속적 관점으로 말하자면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다. 여기서 핵심은 예배 시간의 절반 이상(길면 1시간)을 차지하는 설교 시간이다. 교회의 킬러 콘텐츠다.

문제는 유튜브가 보급되면서다. 예전에는 한 교인이 한 교회에서 매주 한 번의 설교를 들었다. 참고자료라고 할 수 있는 '예화집'을 참고해 설교를 준비해도 교차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 유튜브 시대가 되면서 교인들이 다른 목사의 설교를 듣게 됐고, 이젠 설교를 돌려막는 행위를 금방 눈치채게 된 것.

유튜브에 올라온 설교 영상을 찾아보면 대번 댓글에 '이 설교 000 목사님이 한 것 아닌가요?' '다른데서 들어본 설교랑 똑같네' 같은 매서운 지적이 달린다. 유튜브가 교회 사이의 벽을 허물면서 뜻밖의 대설교 시대가 열린 셈.

2000년대 초 메가스터디가 등장한 이후 동네 학원이 겪은 문제다. 일타 강사를 안방에서 보게 되니, 모든 강사들이 2등으로 추락한 것. 선생님 만의 노하우인 줄 알았던 게 전국에 까발려지면서 경쟁력도 잠식되곤 했다.

매주 수십, 수백명을 앞에 두고 1시간 가까이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적인 방송인도 매주 이정도로 콘텐츠를 쏟아내면, 반드시 소재 고갈과 번아웃이 오기 마련이다. 신앙심이 깊어서 신학교를 나온 사람이 유튜브를 주름 잡는 스타 목사와 경쟁하게 생겼으니 난감한 일.

오랜 시간 동안 교회의 주류를 이루는 장년층은 '그래도 우리 목사님 말씀 들어야지'하며 교회를 지켜왔다. 하지만 펜데믹 이후 성경을 읽던 시간을 유튜브에서 유명한 교회의 설교를 듣는데 쓰기 시작했다. 다시 돌아온 교인들의 눈은 더 높아져 있다는 의미다.

더 힘든 건 리스너의 수준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교회의 고관여 청중은 최소 30년 이상 설교를 들었다. 한 가수를 10년만 덕질해도 모르는 게 없는데. 아재들은 삼국지 3회독이 기준이듯, 성경을 열댓번 읽은 분이 넘친다. 여기에 온종일 유튜브에서 설교도 듣는다.

이 문제가 큰 건 한국 교회의 폭발적 성장이 콘텐츠의 힘에 기반했기 때문이다. 개신교에 비해 천주교는 설교 자체보다 수백 년을 이어온 의식(Ritual)의 힘에 무게를 둔다. 반면 한국 개신교는 미국의 영향으로 열정적인 목사의 카리스마 넘치는 설교에 의존한다. 이게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최근 교계의 화두가 '중간급 교회'의 감소인 것도 이런 이유. 메가스터디는 학원 업계를 일타 강사 중심의 초대형 학원과 사실상 보육원인 동네 학원으로 갈랐다. 이젠 교회도 스타 목사님의 초대형 교회와 커뮤니티에 가까운 동네 교회로 양분되고 있다. 작은 교회는 지역 독점이 아닌 한 존립이 어려운 상태.

비관만할 일은 아니다. '백종원 효과'라고 (내가) 부르는 정보 확산에 따른 상향 평준화는 기득권을 무너뜨리고,  뛰어난 신규 진입자를 만든다. 보편화한 Saas를 활용해 교회 운영을 효율화 할 수도 있다. 사명감과 능력 있는 젊은 목회자에겐 기회다.

그럼에도 매주 감동을 불러 일으키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면서 홍보와 행사 기획, 커뮤니티 관리에 법인 운영까지 하는 일은 참 어렵다. 스타트업이 이것보단 쉽지 않을까? 목회란 게 쉬웠던 적이 있었겠냐만, 여러모로 참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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