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관련 최근 생각 몇 가지.
1. 우리는 작년부터 생성형 AI 툴을 업무에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올해들어 본격적으로 생성형 AI 툴 베이스의 영상 프로젝트들을 대기업들과 하게 되었는데, 생성형 AI 툴은 결과적으로 전문가를 위한 도구로 남게 될 것 같음. 특히 이미지 생성과 영상 생성 부분이 그러한 듯.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큰 의미는 없다고 보는 중.
지금 국내에 AI 영상-이미지 크리에이터들이 생겨나고 있고, 그 중 전문가를 자청하는 일부는 기업들과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데, 또 그들 중 일부의 결과물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갸우뚱함.
갸우뚱한 이유는, 그 결과물들의 미감이나 완성도가 기존의 프로들이 인간 100%를 활용해서 만든 결과 대비 꽤 차이가 있기 때문. 그리고 이건 그들의 백그라운드가 크리에이터가 아니라 엔지니어링 배경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함.
반면 크리에이터로 훌륭한 미감을 가지고 있던 쪽이 AI 크리에이터가 된 경우에는 미감이나 완성도에서도 발군의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함. 다시 말해, 영상감독이 AI영상 감독이 되거나, 디자이너가 AI 디자이너가 되면 결과물의 수준이 높지만 프로그래밍 베이스거나 노베이스 패스트 팔로어가 한 경우에는 수준이 별로 높지 않다는 것.
결국 AI 툴의 도입은 평범한 누군가를 창작자로 만들어주는 도구가 아니라, 원래 전문가였던 창작자를 AI 창작자로 컨버팅하는 결과가 되고 있음.
2000년대까지만 해도 창작현장에서 어도비가 산업 표준은 아니었지만, 불과 10년 정도만에 어도비를 다루지 못하면 크리에이터로서 시장도태에 봉착했던 것과 유사하게, AI 생성 툴은 아직은 산업 표준까지는 아니지만 5년 정도 후에는 AI 툴 베이스 크리에이팅이 가능한 크리에이터들과 그렇지 못한 크리에이터들의 갭이 분명하게 생길 것 같음. 그렇다고 이게 어도비 시리즈 정도의 뉴노멀인가? 하면 그건 아직 모르겠으나.
2. AI로 인해 세계경제 전반이 축소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함. AI 서비스의 본질은 새로운 마켓을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 마켓의 효율성을 높여서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으로 정착되고 있음. (챗지피티가 노리는 것은 결국엔 검색엔진 파이)
사실 지금 산업에서 거래되는 모든 재화의 단가에는 인건비가 녹여져 있는데, 문제는 AI 툴이 이 인건비 부분을 혁신적으로 절감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생각함.
TVCF를 예로 들자면, 과거 레거시 매체 시절에 CF 제작비는 보통 3억에서 많게는 10억도 들었음. 그런데 미디어 디지털 전환이 되면서 1.5억~3억 정도가 업계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게 됨.
AI로 만든 TVCF는 확정적으로 제작비가 5천 언더가 될 것임. 기술이 더 발전해서 AI-VFX 완성도가 높아지고, 출연자 초상같은 문제까지 해결된다면 1-2천만원 수준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고 봄.
그렇다면 TVCF 제작 '산업'의 볼륨은 폭망하게 될 것임. 물론 여전히 수억원에 제작하는 프로젝트가 있겠으나, 그런 큰 프로젝트가 아니라면 AI TVCF로 싸게 만들어서 디지털 마케팅으로 최적화할 수 있으니까 전체 파이가 작아지는 것은 자명함. 그러면 TVCF 업계 사람들은 소득을 잃고... 뭐 길거리에 나앉는 거지.
이런 식의 일이 비단 영상 산업 뿐만 아니라 AI 솔루션, 나아가 인간형 로봇이 적용 가능한 모든 산업현장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해보면, 성장 일변도였던 근대 자본주의의 흐름이 수축경제로, 그것도 아주 파괴적으로 유턴할 수 있다고 생각함. 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산업의 볼륨은 작아진다는 아이러니인것.
최근 노력과 관련한 시장만능주의 신앙이 엘리트들을 중심으로 무너지고 있는 이유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있는 것 같음. 높은 생산성이 단순하게 더 많은 돈을 벌게 해주지 않는다는 것임. 오히려 정말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산업의 관점에서는), 그렇게까지 효율적이지 않은 개인들에게도 돈이 돌아가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고, 그래야만 이 피라미드가 유지되는 것임. (세일즈에서 쉽게 내뱉는 최적화는 사실은 꽤 파괴적이고 무서운 말이었다. 다만 지금까지의 최적화가 그 정도로 파괴적인 최적화가 아니었을 뿐.)
3. 그런 점에서 코스트를 줄이는 솔루션이 마켓 안에서 얼마나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을지, 하는 의문은 여전히 있음. 상방을 만들어주는 서비스는 멀티플을 그래도 어느정도 받지만, 하방을 막아주는 서비스는 움직이는 돈 대비 밸류에이션이 엄청나게 박함. (변호사 성공보수의 비율을 생각해보면 됨)
그런데 AI가 정말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창출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있는 것임. 다시 한 번, LLM 언어모델은 기존의 검색시장과 문서작성을, 생성형 이미지 모델은 디자이너를, 생성형 영상 모델은 영상산업 인력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지만, 여전히 새로운 산업을 형성하는 전조는 느껴지지 않고 있음.
AI로 인해 무언가 큰게 오는데 그게 그렇게까지 밝은 전망이 아니라는게 좀 우울한 것 같음. 정확히는 거대 AI 모델을 소유한 샘 알트먼, 일론, 저커버그같은 사람이야 돈을 지금보다 더 쓸어담을테고, AI 툴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 중 일부는 한동안 수혜를 받겠지만 그게 또 엄청난 수혜는 아닐테고, 나머지는 직장을 잃고 기본소득 법안만 기다리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함. 그래서 진지하게 AI로 인한 수축경제에 대한 고민을 해야하는 타이밍이 아닌가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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