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참 어려운 시스템이야.
우리 부부도 처음에 만났을때는 천생연분인줄 알았고 그래서 확신에찬 결혼을 선택했는데, 막상 아이를 낳고 살다보니 이게 쉽지 않다.
오늘도 한바탕하고나서 새벽감성에 충만해서 가만 생각해보면 여러 변곡점이 있었어.
1. 첫째 출산
둘 다 초보였고 양가에서 도움이 없었던지라 이 때 둘의 스트레스가 정말 극에 달했어. 많이 싸우기도 했고 감정이 가장 많이 상했던 시기야. 일단 육아에 대한 방향성 or 가치관이 너무 달랐어. 쉽게 말하면 난 우리 부모님 세대의 방목형 느낌이었고 와이프는 요즘 엄마들의 (내가 느끼기에) 유난스러운 스타일이었어. 그래서 와이프는 내가 애 보는걸 너무 맘에들어하지 않았고 차라리 내가 안보는게 덜 스트레스 받겠다고 할 정도였어서…. 변명은 아니지만 이런 일들 때문에 내가 많이 육아를 안도와주긴 했어. 물론 이때부터 계속 외벌이긴 했지만서도 뭐 잘했다는건 아니야. 나도 이 부분은 계속 와이프한테 많이 못도와준거 미안하다고 해왔고..
2. 둘째 출산
어찌 저찌 살다보니 또 살아지고 지옥 같은 두 돌이 지나가니 그래도 살만해졌어. 그래서 멍청하게 그 고통을 잊어버리고 둘 째를 계획해서 곧 태어나게돼 ㅋㅋㅋㅋㅋ 이땐 최대한 와이프 스타일에 맞춰서 많이 도와줬지. 퇴근하고 거의 새벽 2~3시까지는 본거같아. 물론 이것도 와이프가 맘에 들진 않았지만 뭐… 별 수 있나? 애가 둘이라 내가 무조건 한 명은 봐야하는데 ㅎㅎ 이 때는 내가 너무 힘들더라구. 그래도 그래봐야 몇 달인데 그냥 버텼어...한 두 달 정도?? 그리고 장모님께서 많은 도움을 주시게됐지. 같이 살면서 아이 봐주시고, 아예 몇 일동안 데려가서 봐주시기도 하구 조금 살만해지더라고ㅎㅎ
그러다 너무 좋은 기회가 있어서 둘째 출산하고 4달째에 이직을 하게 돼.
3. 이직
금전적으로, 커리어 적으로 상당히 좋은 조건으로 이직을 하게됐어. 외벌이에 애 둘, 거기에 서울에서 살다보니 정말 벌이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고, 전 회사에서 상사와의 관계도 딱히 좋은 편이 아니었지. 정말 좋은 기회였고 이 기회 아니면 안 될듯해서 여러 이유를 정리해서 와이프를 한 달 동안 설득했는데 계속 반대하더라구. 내가 준비한 이유는 모르겠고, 이직을 하면 출퇴근 시간이 좀 길어져서 그만큼 육아를 못도와준다는게 이유였는데 개열받더라. 말도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해서, 미래를 위해서 그냥 이직을 했버렸어. 이건 내 잘못도 있긴해. 암튼 와이프가 반대하는 이직…이건 정말 쉽지않더라구. 집에서 이해를 안해주니 적응하는데 스트레스도 많이받고 후회했을때도 있었지만 지금보면 결과적으로 너무 좋은 선택이 되었어.
애들이 크고 물가가 오르고 자연스레 씀씀이가 커지다보니 지금 지출 기준으로 이전 직장이었으면 매달 -100만원은 찍었을텐데 정말 참 다행이지. 근데 이 사건 이후 거의 마음의 문을 닫은 것 같더라. 본인 힘들 때 자길 외면했다고 하는데….
둘 째는 장모님이 데려가서 봐주거나 아예 살면서 같이 보는데…. 뭘 그렇게 힘들었는지 모르겠어. 그냥 내 육아 분담 비중이 많이 줄어든게 맘에 안들었나보다 라고밖엔 이해가 안돼.
4. 결론
서로에 대한 존중이 사라졌어. 나만 그런게 아니라 와이프도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아. 이런 과정들 속에서 하도 싸우다보니 이젠 와이프가 애 앞에서 나한테 막 욕을 하고 아빠랑 안살거라고하고 뭐 개판 5분전이 따로없어. 그냥 헛웃음만 나와 ㅋㅋㅋㅋ 나도 딱히 저것보다 잘하진 않았겠지. 생각해보면 우리가 둘 다 이런 사람은 절대 아니었거든?! 난 와이프가 먼저 시작했네 라고하지만 와이프도 똑같이 말하겠지?
회복이 될지 모르겠네. 난 아직도 좋은 기억들이 많은데 와이프는 아닌 것 같아서..... 부부상담을 받자고해도 거부하는걸보니 완전 정이 떨어졌다고 해야될까? 그런 느낌이 들어. 분명 결혼하고 행복한 때가 있었는데 왜 와이프는 안좋았던 것만 마음속에 담아두고 끝까지 날 비난만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아이들을 위해 최대한 보편적인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그게 미안항 뿐이야.
어제 밤에도 와이프가 애 앞에서 이혼하자고해서 생각을 좀 하다가….그냥 푸념을 좀 해봤다. 그렇게 애한테 유난떨면서 이런건 또 애앞에서 말하는 꼴보면 울화가 치민다 진짜 ㅋㅋㅋ
암튼 살다보니 자녀는 정말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혼을 꼭 해야할 필요까진 없다는 생각이 드네.
난 지금 한 70%는 결혼 실패쪽에 가까운데 너넨 좋은 선택 해라
[Blind]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 보셨어요?
결혼 진짜 불지옥 난이도다.... (결혼생활)
https://kr.teamblind.com/s/tLPNeB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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