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 / 2025. 4. 4. 16:47

일본 도호쿠 지방, 센다이시도 식민지일 뿐이었다

“박준식이라고도 하는 남자에게 왜 항일운동을 하게 되었느냐고 물어봤더니, '자신의 고향에서는 풍년이 들 때 돈을 빌려준 (일본인) 고리대금업자에게 찾아가면 선심을 쓰면서 안 갚아도 된다고 돌아가게 했는데, 형편이 어려워지면 어떻게 알고 바로 찾아가서 빚을 갚으라는 독촉을 했다. 그래서 땅을 빼앗긴 사람들을 많이 보고 일본에 대한 증오를 키웠다'고 말했다. 나도 그 말을 듣고 분노가 치밀었다. 왜냐하면 내 고향에서도 똑같은 수법으로 땅을 잃어버린 농민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박열 씨는 우리에게 호의적이었다.”

 

이렇게 번영을 구가하던 센다이였으나, 막상 주민들의 생활은 썩 좋지 않았다. 번 정부 차원에서 쌀을 전매했기 때문이다. 현대처럼 농업 보조와 국방 및 복지를 위해 정부가 남아도는 쌀을 수매하여 비축하는 것이 아니라, 수확기에 추수된 쌀 자체의 처분 권한이 각 농민이 아니라 센다이 번에 있었다. 센다이 번은 이렇게 쌀이 생산되는 족족 전국의 소비재들을 빨아들이던 에도에 팔아치워 쏠쏠한 이익을 남겼다. 하지만 하지만 그 이익은 번과 번주인 다테 가문의 이익이었지 주민들의 이익이 아니었다. 수탈 수준으로 쌀에 집중하던 다테가의 정책 때문에 센다이의 자체적인 산업 역시 미비해졌으며 번의 경제는 타지인인 에도의 상인들이 장악했다. 다시 말해, 당시 센다이는 그 높은 농업 생산량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야마세가 불어오는 등의 재난이 닥친다면 비축미가 없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실제로 텐메이 대기근과 같은 18세기 소빙하기로 인해 벌어진 여러 기근 때마다 센다이에서는 큰 인명피해가 나고는 했다. 이 와중에도 번 정부와 에도 상인들은 낮은 쌀값으로 인한 재정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에도에 쌀을 팔았으며 이는 다시 센다이 주민들의 고통으로 돌아왔다. 아일랜드 대기근 당시 아일랜드가 겪었던 일이 일본에서는 센다이에서 벌어졌다.
 
[…]
 
도호쿠는 보신 전쟁 시절에는 센다이 번과 아이즈 번을 주축으로 '오우에쓰 열번 동맹'(奥羽越列藩同盟)을 결성하고 막부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싸우던 곳이었다. 이 때문에 이곳 사람들은 근대에도 출세길이 완전히 막히는 등 엄청난 불이익을 받았다. 주요 경제권에서 벗어나 있다는 이유로 여러 개발 사업에서 뒷전으로 밀리곤 했으며, 오히려 제국 정부가 산업혁명을 위해 도시의 물가를 안정시키는 과정에서 다시 한 번 농산물들을 도시에 헐값에 팔아야 했다. 그래서 근대 시기에는 오키나와와 함께 해외로 이주하던 사람이 많은 지역이었다.
 
[…]
 
황도파들은 사악한 일본 제국 정부의 중신들이 천황을 등에 업고 권위를 침탈하여 민생의 피를 빨아먹고 자신들의 이득을 취하는 데 급급할 뿐 일본 제국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데는 무관심하다고 생각했다. 대내적으로는 정·재계에 부정부패가 만연한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수년 동안 냉해가 지속되면서 도호쿠 지방을 비롯하여 심각한 흉년이 거듭되는 상황이었다. 이 같은 현실에서 농민들의 삶은 재앙적으로 파탄나고 있었는데 군인들의 상당수가 농민 집안 출신이었으므로 청년 장교들을 중심으로 변혁에 대한 갈망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첨언하자면 도호쿠 지방은 당시 일본에서도 개발이 더뎠던 지역으로 에도 막부 말기까지도 보릿고개로 인한 기아로 굶어죽는 사람이 많았고 강물에는 굶어 죽은 어린이 시체가 둥둥 떠내려가는 실정이었다. 그래서 가난한 집안에서는 부모가 어린 딸을 인신매매해서 창부로 팔려가는 비참한 현실이었다. 특히 일본군에서는 도호쿠 출신의 청년들이 머리가 좋아도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 대학에 진학할 돈이 없어서 이시와라 간지처럼 먹여 주고 재워 주며 국가 세금으로 돈도 주는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해서 직업군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자신들이 자란 도호쿠 지방의 참혹한 실상과 자신의 가족, 친우, 전우, 이웃의 여동생 같은 어린 여자애들이 인신매매로 팔려간다는 사실에 대단히 슬퍼하고 분노했다.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alternative_history&no=1073691

  • 네이버 블로그 공유
  • 네이버 밴드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