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 / 2025. 4. 6. 20:09

여자의사 채식주의자 룸메이트

15년전 로컬에서 페닥을 한 두달 함께한 여자 선생님이 19일전 우리 집에 놀러왔다.
한 3년에 한 번 정도 연락을 했는데 주로 그쪽에서 먼저 한번 얼굴 보자고 했었고, 많이 친하지는 않지만
그동안 서너번 봤던 사이.

밖에서 만날까 하다가 집에 식재료가 많고 나는 요리하는 걸 좋아하니 집으로 초대해서 함께 휴일 점심을 먹었는데 내가 혼자 살고 집에 방이 하나 남는 걸 보더니 자기가 들어와서 한 달만 살면 안 되냐고.

전문의 여자이고, 절친은 아니지만 나도 적적하던 차에 신원도 확실하니 그러라고 했다. 한달이니까.
현재 우리 집 월세전환 시세의 3분의 1 가격을 제시했는데 선뜻 그렇게 하겠다고 관리비도 별도로 준다며 바로 250을 입금하더니 당일에 바로 들어왔다. 어머니와 다투고 이제 독립하고 싶다나. 우리 집에 있는 한 달 동안 정착할 곳을 알아보겠다고.

아무것도 안 들고 와서 내 토퍼와 이불, 베개, 수건, 샤워 용품 등등 필요한 생필품을 다 빌려주고 단지 커뮤니티센터에 내려가 얼굴 등록도 해주고.
나는 요리하는 걸 좋아하니까,
아침 저녁으로 밥도 해줬다. 문제는 이 사람이 베지테리언. 그래서 나도 같이 고기를 못먹었는데, 그래도 누구랑 함께 사니까 좋기도 하고 요리했을 때 같이 먹을 사람이 있어서 나는 나름 만족하고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사건이 일어났다.

토요일 5시에 집에 오니 내가 전날 시켜놓은 식재료가 한가득 현관에 쌓여있고 다른 친구가 보내준 고기 선물이 와있길래 퇴근하고 점심도 못 먹은 차에 부랴부랴 식재료 정리하고,  배고파서 고기 먹어도 되는지 룸메이트에게 양해를 구하고 후라이팬에 고기를 구워 먹었는데, 후드 틀고 작은 창문은 열었는데 급하게 하느라 큰 창문은 깜빡하고 안 열어서 실내에 미세먼지가 발생한 것. 아니 그러면 큰 창문을 본인이 열면 될 것을 나한테

'이런 요리 처음 해봐요? 미세먼지가 신경 안 쓰여요?'

라며 미세먼지 때문에 여기 못 있겠다고 밖에 나가겠다고 하더라. 나는 마침 고기만 몇 점 구워 먹고 저녁 반찬을 같이 먹으려고 만들었는데 밥 차리고 국 데우고 숟가락까지 놓은 차에 신경질을 내고 나가겠다고 하니까 당황했지만, 그래도 미세먼지 싫을 수 있으니 그러라고 했다. 그리고 들어올 때 혹시 가능하면 바로 앞 슈퍼에서 파 한단 사올 수 있는지 물어봄.

그런데 밥도 챙겨놨는데 올 생각을 안 하길래 내가 이제 미세먼지 수치 좋아졌으니까 편하게 와서 쉬세요. 문자를 보냈더니 오늘 집에 안 들어가겠다고 3시간 후에 답이왔다.
그러더니 다음날 우리 집이 층수가 너무 높기도 하고 나가고 싶다고 환불을 요구함.

그렇게 해주겠다, 19일 살았으니 97만원 환불인데 100  보내겠다 하니 너무 비싸다며 누가15년 지인에게 월200에 문간방 월세 놓냐고 비난하기 시작.
아 미세먼지고 뭐고 결국은 비싸게 들어왔다고 생각하고 내 선의를 다 악의로 받았구나 싶어서 그러면 20 더 붙여서 120 보내겠다니까 140을 보내라며 하는 말이 자기는 어제 그 집에서 자지도 않았는데 왜 하루 더 치냐고... 짐이랑 여기 다 여기있는데...
돈 가지고 빡빡하게 굴기 싫어서 그냥 150을 환불해주고 날씨 좋은 일요일에 내가 종일 지키고 있을 수 없으니 오늘 12시까지 짐을 빼달라고 했더니 그 시간까지는 교회 가야 돼서 안되고 자기 짐에 손대거나 편한 시간에 못 빼게 하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이 옴-_-
그 말을 보고 진짜 선을 넘는 거 같아서 그럼 3시까지 기다려주고 3시 넘으면 짐을 잘 싸서 현관 앞에 두겠다고 했더니 자기 짐에 손대면 신고를 하겠댄다. 그리고 재활용 쓰레기 19일 동안 단 한 번 같이 버렸는데 그거 같이 버리자 한 거랑, 어제 나갔다 오는길에  파 한단 사올수 있냐고 한걸 욕하며(19일간 식재료 내가 90%이상 사옴) 고기를 삶아먹을 수도 있는데 왜 구워 먹었냐고 함.

아니 나이가 40넘어서 꼭 문제를 이렇게 해결해야 하는가... 250에서 150을 보내줬으면 100만원에 19일간 밥 하루 두끼씩 공짜로 먹고 헬스장 수영장 사우나까지 다 사용한건데.... 더군다나 비싸다고 생각했으면 계약할 때 좀 더 알아보고 협의를 하거나 승낙을 하지 말았어야지.

신고운운 선 넘길래 이렇게 말해줬다.

'바로 집에 들어오게 허락해주고, 밥해주고, 월세까지 이 만큼 깎아줬으면 3시까지 기다려준것도 많이 배려해준것 같네요. 3시 이전에 짐 가져가지 않으면 퇴거불응죄, 3시이후 집에 들어오면 주거침입으로 저도 신고할테니 같이 신고해보시죠'

그랬더니 2시 반에 두말 없이 들어오더니 정리해서 나감.

함부로 사람을 들이지 않아야 된다는 교훈도 얻었고, 수련하던 병원에서 계속 싸우고 나와서 레지던트를 10년만에 마친 사람인데 그런 것에 편견 안 가지려고 했는데, 그냥 이제 편견도 갖기로 했다.

한마디로 똥 밟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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