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 / 2025. 3. 21. 06:41

노인들이 말하는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럽고 훌륭한 순간

노인들에게 내 인생에서 가장 내 자신이 자랑스럽고 훌륭했던 순간을 꼽으라 하면 그들은 처절한 실패에서 겨우 무릎을 움켜쥐고 일어났을 때를 꼽았다.
한참 잘나갈 때, 가장 넓은 집에 살았을 때, 사업이 잘 됐을 때, 돈을 잘 벌었을 때가 아니고.
모든 것을 잃고 완전히 꼬꾸라져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던 때, 거기에서 다시 일어나던 그 순간을 꼽았다.

이를테면 이런 거였다.
- 남편이 사업을 말아먹었는데 그냥 말아먹은 게 아니고 집까지 잡혀먹고 길바닥에 나 앉게 생겼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며칠동안 무슨 정신을 지냈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은 어리고, 남편은 혼이 나가버렸는데 나까지 주저앉으면 내 새끼들 모두 굶기겠다 싶어 혼자 버스를 타고 하염없이 울었다. 종로를 지나가는데 포장마차의 카바이트불빛이 반짝였다. 불빛에 홀린듯이 이끌려 버스에서 내렸다. 불빛이 나는 포장마차의 주인은 물건을 파는 사람이었던 거 같다. 그에게 다짜고짜 물었다.
“아저씨, 나 돈 벌어야 해요. 이런 건 어떻게 할 수 있어요? 저 좀 도와주세요.”
이 이야기를 들려줬던 사람은 포장마차에서 닭발과 순대를 팔다가 나중에 가게를 차렸다. 의자 대여섯개 있던 작은 가게. 나중엔 가게도 커졌고 직원도 생겼는데 늘 잠이 모자라 변기 위에서 쪽잠을 잤다고 했다. (나도 20대때 변기 뚜껑을 닫고 잠깐 잠을 채우고 업장으로 나갔던 때가 있었다)  

10년 넘게 만났던 노인들이 모두 비슷하게 이야기했다. 그 순간을 빠져나올 때, 내가 다시 일어났다는 걸 확인한 순간이,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때였다고. 그것은 어쩌면 삶의 주체성이라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실패를 인정하고, 너무 오래 주저앉지 말고.
흙바닥에 쓰러졌으면, 돌멩이라도 주워서 일어나는 그 순간이, 누구나에게 가장 빛나는 순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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