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한 군인 가족들이 시신 확인하는 이유

나 2000년대 초반 군번

당시만 해도 자살하면 대응메뉴얼이 시신건드리지 말고 최대한 현장보존이었음( 지금은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
현장보존하면서 자살한 장병의 부모가 와서 직접 시신확인하게 하는게 목적
안그러고 지휘관 맘대로 시신수습하면 부모가 자살로 인정안하고 재조사 요구한다함
재조사해서 자살로 결론나도 부모가 인정안함. 결국 부모가 시신 인수를 거부함. 당연히 장례식도 안치름
그러면 국방부가 임의로 시신을 처리할수 없으니 국군수도병원인가 어디 영안실 냉동고에 시신안치해둠
이런 시신이 2000년대 중후반까지 수십 구가 된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몇 구나 있을지 모르겠다
그때만해도 가족이 시신인수 거부해서 10년 넘게 국군병원 영안실에 있었던 시신도 몇몇있었음
20년 넘은 시신도 있던걸로 기억

내 군생활중에 들었던 가장 당혹스런 자살사건이 있었음
내가 일병달았을때 였는데
갑자기 우리부대(보병대대)에 헌병대가 들이닥친거임
그러면서 괜히 내무실 여기저기 뒤집어까고 화장실 뒤지고 사진찍고 대대장 중대장 행보관 주임원사 주요간부몇몇한테 뭐 이것저것 캐묻고
무슨일인지 모르겠지만 분위기 험악해서 다들 긴장타고 있었는데
그렇게 하루종일 헌병들이 여기저기 뒤집어까고 사진찍고 조사하고 그러다가 돌아갔음

알고보니 사연이
나 군입대하기 2~3년전
우리부대에 어느 병장이 있었는데 군생활 어찌했는지는 모르겠고 그냥 무난하게 군생활했던듯
근데 그놈이 군생활 별탈없이 잘하다가 말년휴가도 갔다오고 휴가복귀해서 내일 전역인데
오늘 밤 10시에 점호마치고 다들 취침할때 10시 넘어서 화장실가서 화장실에서 목매달고 자살한거임
내일 전역인데 내일 집에 가는데 오늘밤에 부대 화장실에서 자살함
유서도 없고 유언같은것도 없었고 특별한 이상징후 없었는데 전역 전날에 목을 맸음
어쨌든 자살했으니까 메뉴얼대로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빨리 부대로 오시라고 했는데
부모가 부대 와서 아들 시신보니까 억장이 무너지면서 자살을 납득못함
분명히 며칠전에 말년휴가나와서 가족들이랑 외식도 하고 잘 지냈는데 부대복귀해서 내일 집에 오는데 전역 전날인 오늘 자살하는게 말이 되느냐는거지
일리는 있긴 하지만 타살정황도 없었고
타살했다 한들 세상에 누가 내일 전역하는 사람을 건드리나? 부대왕고인데 누구와 시비붙거나 원한관계가 있었을리도 없고
결국 부모가 자살을 납득못해서 시신인수를 거부했고 시신은 국군병원 어딘가 영안실 냉동고로 옮겨짐

3년 정도가 지나서
그 자살한 병장의 친누나가 국방부홈페이지에 글을 올린거임
사랑하는 동생 xxx 아! 너무 보고싶다, 네가 스스로 목을 맸다는게 네가 이 세상에 없다는게 아직도 믿겨지지가 않는구나... 국방부 장관님 우리 xx가 자살했을리가 없어요. 다시 한번만 조사해주세요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조사해주세요... 제발 한번만 더 조사해주세요... 제발
뭐 이렇게 너무 절절하게 글을 써서 올리니까
국방부장관이 차마 지나칠 수가 없어서 육군에다 재조사 지시 내린거임. 그래서 헌병대가 갑자기 우리 부대 들어와서 막사 화장실 내무실 뒤집어까고 사진찍고 난리친거
그러나 자살했을 당시에 같이 군복무중이었던 병사들 간부들 다 전역해서 물어볼 사람도 없고, 화장실과 내무실 뒤집어까도 3년 지났는데 너무 많이 바뀌었음
시간이 너무 흘러서 재조사해도 뭐 나올게 없었음
형식적인 조사만하고 윗선에 올려야 되니까 보고서에 넣을 사진 좀 찍다가 돌아간거

나중에 간부들이 말해줘서 어찌된일인지 알게되었는데 너무 가슴 미어지더라. 아직도 기억에 남음

지금 거의 20년 정도 흘렀는데
그 병장의 시신은 가족들이 인수해갔을까
아니면 아직도 국군병원 영안실에 있을런지도

군대에서 자살하면 남은 가족은 시신을 땅에 묻지 못하고 가슴에 묻은 채로 살아가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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