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 / 2023. 1. 1. 13:30

홍진채 2022년 인상깊었던 책들

반응형

2022년 인상깊었던 책들

1. 돈의 물리학 / 제임스 오언 웨더롤 (1월)

펀더멘탈리스트들은 퀀트를 주식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폄하하지만, 퀀트의 관점에서 기존 주식쟁이들은 얼마나 '말이 되는' 투자를 하고 있는 걸까. '합리적인 시장 예측'이 가능한지 치열하게 고민한 사람들의 발자취를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의 디디에 소네트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움

2. 레오나르도 다 빈치 / 월터 아이작슨 (1월)

"당신의 손에 닿는 강물은 이미 지나간 것의 마지막이자 다가오는 것의 처음이다." 각각의 순간은 이제 막 지나간 것의 일부이자 곧 다가오는 것의 일부다. 각 순간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내러티브와의 접점을 담고 있다. 과학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심상을 자극할 때, 과학은 예술이 된다.

3. 결국 이기는 사마의 / 친타오 (2월)

시대의 흐름 속에서 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디까지인가. 더 뛰어난 자들이 판치던 군웅할거의 시대였지만 최종 승자는 사마의. 드러내지 않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서 승리를 쟁취한 사마의의 이야기는 얼핏 재미가 없다. 시대에 한 몸을 불사른 영웅들이 훨씬 더 감동을 주겠지. 그러나 평범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바벨 전략을 몸소 보여준 건 사마의 아니었을까.

4. 삼국지 강의 - 이중톈 (2월)

사마의를 읽으면서 삼국지에 꽂혀서, 한참동안 책장에 꽂혀있던 책을 꺼내서 읽어내림. 삼국지는 훌륭한 군상극이며,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마치 논문을 써내려가듯이 다양한 가설을 제시하고 근거를 들어 하나씩 기각하여 최종 해석을 남기는 접근법은 삼국지를 읽는 새로운 재미다. '거인의 어깨'의 서술방식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책

5. 도덕감정론 / 애덤 스미스 (3월)

오랜 숙원이었던 책. '국부론'이 시장방임을 주장하는 책이 아니라길래 직접 읽어서 확인해보았던 그 감동을 다시 느껴보고자 했는데.. 애덤 스미스는 차가운 수요공급법칙을 논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공감능력에서 정의를 찾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대충 이런 내용을 듣고 확인해보고자 직접 읽어봄. 공감을 바탕으로 정의담론을 만들어내는 건 맞는데, 기대한 내용이랑은 상당히 다름. 그러나 흥미로움. 결국 인간은 각자의 도덕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음. 그러나 그렇다고 무한정 정의가 상대적이라는 건 아니고, 광범위하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쪽이 정의가 되는, 그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책. 현대의 뇌과학과도 상당한 접점을 찾을 수 있다.

6. 벤저민 그레이엄의 성장주 투자 / 프레더릭 마틴 (3월)

본격 '거인의 어깨' 2부를 시작하면서 읽은 책. 그레이엄에 대해 가지고 있던 가설을 상당히, 그 이상으로 충족시켜준 고마운 책. 성장주-가치주의 구분은 거슬리지만 어쩔 수 없는 수사적 선택이라고 생각. 기존의 그레이엄 추종자들에게는 뒷목잡는 충격을 선사하는 책. '외면하고 싶은 진실'을 마주하는 느낌이랄까. 이제는 '현명한 투자자'를 읽고 다음 책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이 책을 추천함

7. 스노볼 / 앨리스 슈뢰더 (3월)

이 책도 안 읽고 버핏에 대해 아는척을 했었다니 매우 부끄러워짐. (그런 책이 최근에 한 권 또 생겼다. 천페이지짜린데 언제 읽지...) 버핏을 알려면 반드시 읽어야 함

8. 포춘으로 읽는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 / 캐럴 루미스 (4월)

스노볼과 마찬가지로, 버핏에 대한 아주 많은 레퍼런스를 제공하는 책. 그냥 읽어도 재밌다.

9. 대중의 미망과 광기 / 찰스 맥케이 (4월)

워낙 언급이 많이 되는 책이라서 안 읽을 수가 없는 책인데. 투자보다는 그 외적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다. 십자군원정도 일종의 버블. 소로스의 재귀성과 결부지어서 생각해볼 거리가 참 많다. 사회의 피드백 구조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게 사회과학이 해야 할 중요 과제 중 하나가 아닐까.

10. 최고의 투자 / 필립 피셔 (4월)

어찌 이리 책을 쓸 타이밍에 딱딱 맞게 양서가 출간되어주시는지 신기할 따름. 필립 피셔에 대해서 상당히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음. 버핏이 '현명한 투자자'에 버금갈 정도라고 칭송한 필립 피셔의 '첫 두 권의 책' 중 두 번째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보수적인 투자자는 마음이 편하다'가 아니라. 그걸 이제서야 알았다니 또 부끄러움.

11. 더 레슨 / 스콧 채프먼 (5월)

추천사를 의뢰받아서 읽었는데 엄청 재밌어서, 오마하 여행을 하며 바쁜 와중에도 빠져들어 읽어버린 책. 저자가 집착이 있는 사람인지, 레퍼런스가 매우 풍부하다. 덕분에 집필 중이던 '거인의 어깨'도 한결 풍성해짐

12. 승자의 뇌 / 이안 로버트슨 (6월)

뇌과학 책 읽는 모임을 계속 하고는 있었지만 상반기 내내 만족스런 뇌과학 책을 읽지 못했음. 그나마 이 책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심지어 뇌과학 모임이 아닌 다른 모임에서 읽은 책 ㅋㅋ 인간이 권력을 쥘수록 왜 꼰대가 되어가는지 과학적으로 밝혀낸 책. 직장에서 고위직에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13. 군중심리 / 귀스타브 르 봉 (6월)

앞의 '대중의 미망과 광기' 못지않게 자주 인용되는 책이라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었는데 이번에 읽음. 상당히 흥미로움. 원래 '거인의 어깨' 4부에 이 내용들이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분량 관계상 안녕...

14. 프로메테우스의 금속 / 기욤 피트롱 (7월)

'거인의 어깨'를 탈고한 게 7월 4일 새벽이었고,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읽고 싶은 책을 읽기 시작. 중국이 어떻게 희토류 시장을 잠식했는지, 그 시장을 다 뺏겨버린 억울한 프랑스인이 쓴 책. 재밌음

15. 리프트 오프 / 에릭 버거 (7월)

역시 테슬라보다는 스페이스엑스의 스토리가 가슴이 웅장해진다. 지금이야 일론 머스크가 팬들도 등돌리는 조롱의 대상이 되긴 했지만. 일론 또한 런웨이를 고민하며 생존의 고민을 하는 시기가 있었다. (지금 또 그러고 있을지도 모르고.) 일론 머스크에 대해서 상당한 의심을 품고 있던 와중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 미약하게나마 힌트를 준 책

16. 짧고 굵게 읽는 러시아 역사 / 마크 갈레오티 (8월)

전쟁이 터지자마자 읽기 시작했었는데, 다른 우선순위에 밀려서 8월에야 완독함. 러시아가 얼마나 허구로 가득한 나라인지 빠르고 굵게 알려줌. 밀도높게 잘 쓴 책

17. 폴라리스 랩소디 / 이영도 (8월)

원래 몇년마다 이영도 시리즈를 처음부터 다시 읽는데.. 드래곤라자를 세 번, 퓨처워커를 두 번 읽고 폴라리스 랩소디를 두 번째 읽기 시작한 게 17년 9월 30일... 그 때 시작해서 이제서야 완독했다. 이영도 시리즈 중에서 가장 비인기작이지만 깊은 여운이 남는 책. 역시 이영도!

18. 불교는 왜 진실인가 / 로버트 라이트 (8월)

올해 최고의 책에는 못 미치지만 상당히 자주 일상 대화에서 인용했던 책. 고통과 번민을 한 단계 내려놓고, 삶을 그 자체로 바라볼 수 있는 힌트를 주는 책. 제목에 약간 낚시가 있는데, 불교라는 종교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책이 아님. 그렇다고 불교와 양자역학의 관계 뭐 그런 책도 아니고. 명상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알려주는 체험담 성격

19. 머니 사이언스 / 윌리엄 파운드스톤 (9월)

4년 전에 추천받았으나 이제야 다 읽음. 켈리 공식에 대해서 그나마 많이 알려주는 소중한 책인데, 활극 내용을 덜어내고 좀 더 전문적인 내용에 집중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

20.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리사 펠드먼 배럿 (9월)

올해의 책. 저자의 후속작인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은 작년 읽은 베스트가 될 뻔 하였으나 '돈의 심리학'에 밀렸음. 전작인 이 책이야말로 저자의 시그니쳐. 매일 수시로 마음속에 떠오르는 '감정'이라는 녀석이 도대체 무엇이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깊은 깨달음을 줌. 평온함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었다. 앞의 '불교는 왜 진실인가'와 같이 읽으면 좋음

21. 보이지 않는 중국 / 스콧 로젤 (10월)

매우 재밌음. 교육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중국 교육에 대해서 쓴 책이라 정답을 정해놓고 논지를 전개하는 느낌이 있지만, 아주 흥미로움. 고등교육을 받은 인구 비율이 부족하여 중국은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내용

22. 패닉, 광기,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 / 찰스 킨들버거 (10월)

믿고 보는 킨들버거 선생...(이라고 추천받았었는데 뭘 믿어야 할지는 모르겠다. 대공황의 세계는 훨씬 나으려나.) 이 책도 하도 많이 인용되는 책이라 안 읽고 넘길 수 없는 책이어서 숙제 처리하는 느낌으로 읽었는데. 분명 좋은 내용이긴 하다. 공부하는 관점에서는. 대중 대상의 책은 아니고. 유튜브에서 금융위기/경기침체 떠드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이 책은 읽고 떠들어야 하지 않을까.

23. 노마드 투자자 서한 / 닉 슬립, 콰이스 자카리아 (10월)

뭐 워낙 유명하니 더할 말이 없음. 논외로 살짝 서글픈 게, 버핏옹이 가시고 나면 전 세계의 투자자들은 정신적 지주를 잃는 거 아닌가 하는 느낌. 혹은 반대로, 이제 더 이상 단기 성과로 조롱당하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되니까, 그의 투자 인생이 그것으로 완결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어쨌거나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나가는 사람을 잃게 되는 거니까. 아쉽긴 하다. 그의 후예를 자처하는 사람들 중에 그를 뛰어넘을 수 있는 사람은 없어보이니. 다음 세대의 새로운 인물이 나온다 하더라도, 버핏처럼 '설명 가능한' 투자를 하지 않는 한은 일반투자자에게 영감을 주기는 어려울 텐데..

24.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 알렉세이 스트라예비치 (11월)

하... 읽는 내내 먹먹하고.. 읽다 멈추고 읽다 멈추고.. 그런 한편, 읽다 보면 결국 눈물마저 말라버리는 신기한 경험. 어쨌거나 전쟁은 안 된다. 그들이 그렇게 그렇게 지켜낸 조국을 지금의 푸틴은 어떻게 말아먹고 있는가... 하..

25. 워런 버핏 머니 마인드 / 로버트 해그스트롬 (11월)

추천사 의뢰를 받아 읽은 책. 로버트 해그스트롬의 전작은 내가 투자를 처음 시작할 무렵 가장 큰 도움을 받은 책인데. 역시나 명불허전. 약간 산만한 느낌은 있지만 버핏의 전반적인 사고 체계를 다룬다는 목적이니 이 또한 수사적 허용으로 볼 수 있을 듯. '거인의 어깨'의 7장 버핏 파트를 한 권으로 풀어쓰면 (그리고 공식과 도표를 빼면) 이런 느낌일까. 탈고 이전에 나왔으면 인용을 많이 했을 텐데 아쉬움.

26. 제국의 충돌 / 훙호펑 (11월)

71년 닉슨과 마오쩌둥의 악수 이후 중국이 어떻게 글로벌 경제에 편입되어오고 현재 어떤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지 깔끔담백하게 설명. 전작 '차이나 붐'이 찐이고 이 책은 시간이 지나서 업데이트해주는 느낌이라고 하는데. 그것도 읽어봐야겠다. 양서나무는 이렇게 오늘도 무럭무럭 자랍니다.

27. 레드 룰렛 / 데즈먼드 슘 (12월)

재밌다. 개혁개방 시기의 중국, 그리고 현재의 중국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한 인간의 일생으로 생생하게 알려줌. 중국의 민간기업 배척은 원자바오 2기 때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시진핑의 권력 장악은 특이한 일이 아님. '홍색 귀족'의 권력 독점이 더욱 뿌리깊은 문제.

0. 거인의 어깨 (12월)

당연히 올해 최고의 책... 헤헤...

올해 읽은 책 총 65권.. 월 6권씩 72권 읽어보자! 했지만 역시나 실패. 그렇지만 16년 21권, 17년 13권, 18년 31권, 19년 54권, 20년 61권, 21년 62권, 올해 65권이니까. 무럭무럭 자라고 있음.

상반기는 '거인의 어깨'를 쓰면서 레퍼런스용으로 읽은 책이 대다수. 한동안 '이제 투자 책 좀 안 읽고 싶다' 하는 지경까지 갔음. 그러나 막상 당시 읽었던 책들을 보면 참 재밌었고, 이 책이 없었으면 어쩔 뻔 했나 싶은 신작들이 딱딱 나와줬음. 깊이 있는 양서가 많이 번역되는 걸 보니 투자 저변이 넓어지긴 한 것 같다. (그리고 내년에는 좁아지려나.. 아쉽.)

기대하며 읽었지만 기대에 못 미친 책도 올해는 유독 많았다. '사이코패스 뇌과학자'는 허무하게 마무리되었고,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생각만큼의 감흥이 없었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힘겹게 읽어냈다. '마음을 바꾸는 방법'도 생각보다 정교하지 않았고. '요람 속의 과학자'는 역시 과학책은 최근책을 읽어야 한다는 교훈을 줌. '도덕감정론'은 기대한 내용이 아니었지만 그 자체로 나름의 소득이 되어서 다행. '대중의 미망과 광기'나 '군중심리'는 오랫동안 위시리스트 상위권에 있던 책이었는데 기대와 사뭇 다른 내용. 재밌긴 했음. '프렌즈'도 뭐 그닥. 과학자가 대중적으로 유명해지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전형적인 사례. '시장을 풀어낸 수학자'도 당연하겠지만 퀀트로직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음. '단도투자(투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도 상당히 실망스러움. 켈리공식은 그렇게 적용하는 게 아닐 텐데.. '변화하는 세계 질서'는 이제 더 이상 레이 달리오를 신뢰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확신을 주었음 ㅎㅎ '옳고 그름'도 매우 기대했으나 그냥 평범한 뇌과학 지식에 정의 담론을 버무린 책. '인포메이션'도 한참동안 기대작이었는데 생각보다 평이했음. 내용은 좋았지만 밀도가 낮달까.

이제 나이가 마흔이 넘어가고 앞으로 살아갈 날이 지금까지 살아온 날보다 짧을 수 있겠다 생각하니, 위시리스트를 보는 마음도 달라진다. 결국 얘네를 다 읽고 가진 못하겠구나.. 살 날이 얼마 안 남았으니 적당히 버릴 건 버리는 지혜를 배워야 할 텐데, 그게 참 안 된다.

어쨌거나 해피뉴이얼-

2021년
https://www.facebook.com/jinchae.hong/posts/5453672111326157

2020년
https://www.facebook.com/jinchae.hong/posts/4289116357781744

2019년
https://www.facebook.com/jinchae.hong/posts/3253977274628996

반응형
  • 네이버 블로그 공유
  • 네이버 밴드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