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 / 2024. 9. 5. 15:03

50대 주부, 제가 딸을 잘못 키운건지 너무 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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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주부입니다.
평범하게 결혼생활 하여 슬하에 딸이 하나 있고
남편과 시댁과 친정 모두 편안하고 화목한 집이예요.
양가 부모님 건강하시고 남편과 사이도 좋으니
제가 복이 있는 사람이다 생각하며 살았는데
사춘기때도 말썽 안부리던 딸 때문에 죽을 맛 입니다.


저희 딸은 어렵게 생긴 아이고 양가도 손이 귀해서 모두에게 사랑 받으며 자란 아이였습니다. 뭐라도 하나 더 사주고 싶어하고 한번이라도 눈길 받고 싶어하는 집안 어른들과 이모, 고모 사이에서 세상 행복하게 자란 아이였고 아이도 심성이 착하고 영특했어요. 중학교때까지는 전교 10위 안에서 그리고 고등학교때는 성적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우등생에 속했죠. 어릴때부터 워킹맘이던 엄마 집안일도 스스로 도와주던 착한 아이였어요.

저랑 남편이 딸이 너무 귀한 아이이기도 하고
부부 모두가 무조건 공부를 잘해야 행복한게 아니라 생각했기에 딸에게 공부를 강요하지도 않았고 고등학교때 성적이 떨어졌을때도 '그럴 수 있어 원래 갑자기 어려워지는거야. 스트레스 받지말아. 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잖아' 달랬습니다. 맹세코 딸에게 학업 스트레스를 준 적이 없어요. 저희 부부가 딸이 눈물 날 정도로 쓴소리하며 훈육한 건 거짓말을 했을 때, 서랍장 현금에서 몰래 몇만원 빼간 날 등등 정말 하면 안되는 행동을 했을 때와 학생의 본분을 벗어났을때 정도 뿐입니다.



문제는 딸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하면서 생겼습니다.
요즘 취업하기 어렵다는 거 알고 있어요 고학벌 고스펙도 취업이 안되는 세상이란 거 저도 잘 압니다. 저희 딸도 그런 현실과 부딪혔고 저희 부부은 요즘 힘들다더라 하며 딸에게 용기를 주었지만 딸의 좌절감은 생각보다 컸던 걸 까요?


어느순간부터 취업준비도 자기 계발도 안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그냥 동네 백수예요. 여기까지도 뭐 이해 하겠습니다. 이런 시간들이 흐르다보면 정신 차리는 날이 오겠죠.
제가 정말 답답한 건 이러면서 자기 위안을 한다는겁니다.


"엄마 내 친구 누구는 나처럼 집에서 놀면서 엄마 설거지도 한번 안해준대 ㅎㅎ 그래도 난 기특하다 그치?"

"엄마 저거봐봐 티비에 저렇게 사람 죽이는거 봐봐. 요즘에는 정신 이상자가 너무 많아서 나쁜짓만 안하고 살아도 1인분이래"


저는 이런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너무 맘이 아파요.
처음엔 엄마아빠가 눈치를 안줘도 자기 혼자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서 그런가보다 하고 그래~ 맞아~ 딸밖에 없지~ 했는데 그게 아닙니다. 제 딸은 모든 안좋은 상황과 안좋은 사례를 보며 자기 합리화 하는 중이였어요.


'나는 집에서 지금처럼 착하게만 있으면
취업하고 결혼하고 복잡하게 살 필요 없지않아?
나는 엄마 아빠의 하나뿐인 딸인데?'



이게 마음 제일 밑바닥에 자리 잡혔습니다.
아차 싶었던 저는 딸에게 독립을 권하기도 했고 (딸이 죽어도 안한다고 울고 소리질렀습니다. 딸이면 아무리 내가 밥벌레 같아도 책임져야하는거 아니냐 귀찮다고 이제 나가라는거냐면서..) 딸에게 하다못해 아르바이트 어떠냐 권하기도 했고 (딸은 돈 필요 없답니다. 매일 집에서 티비보고 밥 먹으니 필요없을만 하죠) 영어학원이던 자격증 학원이던 너가 취업하고싶은 회사 준비를 하는건 어떠냐 해도 응~ 해야지~ 말 뿐이지 전혀 안합니다.



저희 부부는 남편이 55세쯤에는 미리 퇴직을 하고
같이 여행이라도 다니자
이 약속을 30년째 하며 살았어요
이거 하나 생각하며 남편도 새벽같이 출근했고
수술 전까지 워킹맘이던 저도 직장생활과 육아 동시에 하며 버텼습니다. 우리가 넉넉하게 쓰고 아이한테 부족함 없이 해주고 그리고 다 해결하면 그땐 우리끼리 오손도손 여행이나 다니자 약속했어요. 크루즈 적금도 있습니다


근데 딸아이를
30대 40대 아니 죽기전까지
우리가 키워야 할수도 있다는 생각에
너무 눈앞이 깜깜하고 암울합니다
남편도 그러더라구요. 우리 여행은 못다니겠다고.. 미우나 고우나 하나뿐인 자식인데 그래도 우리가 먹여살려여지 어쩌겠냐고..... 요즘 저희 딸 입버릇은 자긴 결혼도 안하고 평생 엄마아빠랑 살거랍니다. 누구 좋으라고 하는 소린지 모르겠어요



저는 정말 이해할수가 없어요
저도 압니다 제가 자식을 잘못 키웠다는 거..
근데 이젠 잘 모르겠어요. 제가 정말 잘못 키운건가요?
제 딸은 정말 평범하고 화목한 가정환경에서 사랑받으며 자랐고 트라우마가 있을만큼 상처도 없고 남들보다 넘치진 않아도 부족하진 않게 생활하며 정말... 팔자 편하게 자란 아이인데 왜 이렇게 됐을까요. 무조건적으로 오냐오냐 자란 아이도 아니고 어릴때부터 엄마 집안일 도와주던 야무지고 착한 아이입니다. 취업과 사회생활은 제대로 시작도 안했으면서 준비과정에서 무너져 내려 모든걸 다 포기하고 평생 엄마아빠랑 이렇게 복숭아나 먹고 같이 티비 보고 살고싶다는게 절 너무 힘들게해요....
제 동생 말로는 겉으로 티를 안내서 그렇지
우울증 같은걸수도 있으니 너그러운 맘으로 보라는데
솔직한 심정으로 제 딸은 우울증 걸릴 환경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런 기질도 아니고 그렇게 자라지도 않았어요. 근데 이 아이가 우울증으로 이러는거라면 제 20년이 무너져내리는 기분일 거 같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사랑으로 애지중지 키웠는데... 나중에 먼훗날 혼자 남을 아이가 씩씩하게 잘 살수있게 나름 노력하며 같이 요리하고 어떤 야채가 더 좋은지 어떤 생선이 더 좋은지 알려줘가며 지냈는데..



제가 믿을 건 시간밖에 없어요
시간이 흘러 제 딸이 철이 좀 들기를요...
그런데 40대가 되서도 이러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제가 어떻게 해야할 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제 딸 나이 또래의 친구분들도 제 딸 마음을 저에게 설득 시켜주세요... 요즘 딸이랑 대화하는것도 너무 괴롭습니다.. 티비에 청년실업자 이런 소리 나오면 "것봐 다 그런다니까~" 하는 딸 보면서 한숨 안 쉴 자신도 없어요 이제

https://pann.nate.com/talk/37303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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